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가 "제 동생이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면서 입법을 청원한 지 약 4년 반 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생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86명 중 찬성 284명, 기권 2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게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해 법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게 했다.
개정안이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된 건 2019년 사망한 가수 구씨의 오빠 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고 2020년 3월 입법을 청원했기 때문이다. 호인씨는 당시 친모와 20년간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동생이 생을 마감하자 빈소로 찾아와 유산 상속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호인씨는 "제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 가족들 같이 이러한 일들로 고통받는 가정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법을 청원했다"며 "'구하라'라는 이름이 우리 사회를 보다 정의롭고 바람직하게 바꾸는 이름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 글을 남긴다"고 했었다.
구하라법은 20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에 뒷전으로 밀려 임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