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9조7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반도체(Chips) 등 ‘ABC 첨단산업’에 2차전지 등 전략산업을 더한 ‘ABC 플러스 첨단산업’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R&D 예산은 29조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R&D 예산은 작년 29조3000억원에서 올해 26조5000억원으로 9.6% 급감했는데, 내년에는 삭감 전 수준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나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단순한 예산 규모의 증액이 아니라 저성과·나눠먹기식 R&D를 철저히 혁파해 선도형 R&D로 대전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 전략기술 관련 재정 투입을 올해 5조4000억원에서 내년 7조1000억원으로 31.5% 늘리기로 했다. 저전력·고효율 국산 AI 반도체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재사용발사체 기술 개발,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 자주권 확보 등에 나선다. 특히 AI,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에 올해보다 7000억원 많은 3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젊은 연구자를 지원하는 예산은 올해 5623억원에서 내년 7100억원으로 약 26.3% 늘린다. 국가 R&D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에게 연구 생활 장려금을 주는 한국형 스타이펜드(600억원)도 신설한다. 석사는 월 80만원, 박사에겐 월 110만원을 준다. 석박사 연구장려금 예산은 244억원에서 552억원으로 두 배 확대하고, 올해 120명에게 지급한 대통령과학장학금은 내년 1215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ABC 플러스 첨단산업 지원도 두텁게 할 방침이다. ‘수출 효자’인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4조3000억원의 저리 대출을 신규 공급하고, 인프라 구축을 신속 지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발표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종합지원 대책’을 금융, R&D, 인력·인프라 등을 포괄해 뒷받침하는 차원이다.
AI 분야에서는 1000억원 규모의 ‘AI혁신펀드’를 새롭게 조성한다. 차세대 프로세스인메모리(PIM) 반도체 핵심 원천 기술 확보에는 2022∼2028년 총사업비 4027억원을 투입한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추가해 AI와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면서도 사용 전력을 줄이는 반도체 설계 기술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암 등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아르파-H(ARPA-H·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에 701억원을 배정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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