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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키오스크 만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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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주문할 때면 한 번쯤 겪었을 고충이다. 세트 메뉴 달라고 하면 종업원은 못 알아들은 눈치다. ‘set’가 아니라 ‘meal’이기 때문이다. 가장 난감한 것은 종업원의 마지막 질문이다. “For here or to go?” 테이크 아웃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편했을 텐데. ‘take out’은 재료를 빼 달라는 전혀 엉뚱한 뜻이다.

요즘은 이런 상황에 처할 일이 드물다. 무인 단말기 키오스크 덕이다. 종업원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손동작 몇 번으로 주문, 결제를 단박에 끝낼 수 있다. 언어 장벽을 뛰어넘게 해준 키오스크의 힘이다. 과거 정부 기관이나 대형 기관의 정보 조회용으로 출발한 키오스크는 은행 자동입출금기(ATM)를 거쳐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이젠 웬만한 음식점에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다. 공항 철도 극장 등 공공장소와 식당 테이블까지 장악한 키오스크는 국내에 45만 대(2022년)이상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키오스크의 진화는 경조사 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조의금 키오스크가 있다. 현금이 없어도 30만원까지 조의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다. 당연히 할부도 가능하다. 키오스크를 통한 조의금은 유족이 장례식장 비용을 결제할 때 차감되는 ‘신박한’ 정산 시스템이다.

부의금 키오스크는 축의금 키오스크로도 발전했다. 결혼식장 축의금 접수대에 마련된 키오스크에 축의금을 넣으면 식권·주차권이 나오는 방식이다. 접수대를 맡길 친인척이 마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축의금 절도나 빈 봉투를 내고 식권을 받아 가는 ‘얌체족’ 방지 효과도 있다.

물론 신문화가 모든 이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물론 기계에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것 자체가 마뜩잖은 시선도 있다. 그러나 참신하다는 반응이 많다. 줌으로 결혼식을 중계하고 카카오페이로 축의금을 내고 식권은 배달의민족으로 대신하면 대관료도 줄어들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싫든 좋든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키오스크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교육용 앱으로라도 사용법을 빨리 익혀야 하는 시대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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