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 대한민국 소비자가 뽑은 2024 ESG 브랜드 ② 종합평가
최근 글로벌 ESG 규제가 가시화되고, 기업의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각 기업이 실천하는 ESG 경영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분주하다. ESG 경영을 주제로 한 대규모 광고캠페인을 실시하거나 홈페이지 전면에 ESG 경영 활동을 메인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는 기업도 해마다 늘고 있으며, 이를 보도 자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경ESG〉는 창간 3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소비자가 뽑은 2024 ESG 브랜드’ 조사를 실시했다. 3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연결 기준 매출액 상위 150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인했다. 이 조사는 〈한경ESG〉가 창간 초부터 4년째 이어온 대표 기획이다. 톱 100 순위 변동에는 최근 이슈와 현안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도 담겼다.
㈜LG, 3년 연속 1위 달성
올해 ESG 브랜드 조사 1위는 지난 3년간 1위 왕좌를 지킨 ㈜LG가 차지했다. ㈜LG는 같은 조사 대비 소비자의 더 많은 선택을 받아 지난해(105.3점)보다 9.8점 오른 115.5점을 받았다. 특히 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하고 환경 부문은 4위에 랭크되는 등 모든 평가 부문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았다. 사회 부문은 ‘직원의 안전 및 인권을 배려한다’와 ‘협력사 동반성장에 노력한다’, 지배구조 부문은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와 ‘경영진이 높은 윤리의식을 갖추고 있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기업 활동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한다’에서 1위를 차지했다. ㈜LG 외에도 LG생활건강,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LG 계열사들이 10위 내 높은 순위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LG는 지난해부터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그룹 차원의 탄소감축 이행 목표와 추진 계획을 담은 통합 로드맵을 제공했다. 또 주요 계열사의 ESG 활동을 망라한 그룹 ESG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며 그룹 내 ESG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그룹의 비재무 데이터를 통합해 정확하게 측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ESG IT 플랫폼 ‘LG ESG 인텔리전스’를 그룹 내 10개사를 대상으로 정식 오픈했다.
종합 2위는 지난 3년간 2위를 지킨 삼성전자가 차지했으며, 지난해(103.1점)보다 4.6 상승한 107.7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신환경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7조 원을 투자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조직문화 혁신에 노력한다’와 ‘소비자 보호에 노력한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힘쓴다’에서 1위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SDS, 삼성전기가 10위권 내 포진하며 삼성 주요 계열사의 종합 순위가 대부분 상승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순위가 서로 손바뀜되어 각각 3위, 4위에 올랐다. LG전자는 2021년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가 2022년부터 ㈜LG에 왕좌를 내주고 지속적으로 5위 내 상위권에 랭크돼왔다. LG전자는 지난해(81.7점)에 비해 16.9점 오른 98.6점을 받아 10위 기업 중 가장 점수가 높게 상승했다. LG생활건강도 2021년 설문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고 나서 2022년 5위, 2023년 3위, 올해 4위에 오르는 등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84.7점) 대비 4.3점 오른 89점을 거뒀다.
5위는 신규 기업이자 유일한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차지했다.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등 환경 부문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73.3점을 얻어 5위에 랭크됐다. 실제로 한수원은 환경 부문의 ‘에너지 절약과 자원순환에 적극적이다’, ‘자연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에 노력한다’, ‘유해물질 배출을 억제한다’ 항목에서 1위에 올랐다.
삼성SDS, 삼성전기 10위 내 안착
한수원과 함께 삼성SDS가 공동 5위, 삼성전기는 7위를 차지했다. 삼성SDS는 무려 7계단, 삼성전기는 4계단 뛰어오르며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그룹 내 규모 있는 계열사로서 꾸준한 ESG 행보가 눈에 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기업의 ESG 경영을 돕는 ESG 플랫폼을 빠르게 구축하는 등 선도적 ESG 활동을 보여왔으며,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모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부품사로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으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8위인 네이버는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지난 3년간 꾸준히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9위, 2022년과 2023년에는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2계단 하락했지만 소비자의 여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9위 LG에너지솔루션은 2차 전지 업종의 리딩 기업으로 LG화학에서 분사된 이후 2023년부터 단숨에 10위에 올랐으며, 올해도 높은 지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10위인 신세계 역시 2021년 12위, 2022년과 2023년 7위 등 1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의 총점은 69.6점, LG에너지솔루션의 총점은 67.1점으로 각각 지난해(69.2점, 64.5점)에 비해 상승했다.
10위 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 업종(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LG에너지솔루션), IT(네이버, 삼성SDS), 소비재 및 유통(LG생활건강, 신세계), 지주회사(㈜LG) 순으로 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많았다. 그룹별로는 LG(㈜LG, LG전자, LG생활건강, LG에너지솔루션), 삼성(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전기) 등 두 그룹 계열이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10위권 기업은 신세계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해보다 총 점수가 올라 소비자의 굳건한 신뢰를 보여줬다.
32계단 뛰어오른 LG디스플레이 주목
20위권 내로 눈을 돌리면 11위로 15계단 뛰어오른 포스코이앤씨, 7계단 뛰어오른 14위 현대자동차, 5계단 뛰어오른 18위 삼성중공업 등이 눈에 띈다.
11위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보다 15계단 오르며 20위 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 변동을 기록했다. 건설업종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건설에서 이름을 바꾸고 ESG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수소플랜트 및 원자력 플랜트 사업 강화와 친환경 시멘트 사용, 재생에너지 확대 등 다양한 활동이 소비자의 눈에 띈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는 포스코이앤씨 다음으로 지난해에 비해 4단계 내린 12위를 기록했다.
14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운송 수단 전환의 선두 주자다. 기아도 46위로 21계단 뛰어오르며 선전했다. 17위에 오른 삼성중공업은 최근 중공업 호황 사이클을 맞아 새로이 주목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삼성중공업 외에도 34위 HD현대중공업, 41위 HD현대조선해양이 각각 17, 18계단 뛰어올랐다.
25위 LG디스플레이는 무려 32계단 뛰어올라 이번 조사에서 가장 순위가 많이 오른 기업이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로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ESG 수준을 갖췄다. 최근에는 폐기물 감소와 용수 재이용률 증가 등 가시적 ESG 지표 개선에 힘써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고 짐작된다.
이 밖에 34위로 20계단 뛰어오른 한화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영위하던 사업을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등 ESG 전환에 힘쓰고 있다. 또 눈에 띄는 기업으로 배터리업계 인지도에 힘입어 53위 SK온이 17계단 올랐고, 전력산업에 속하는 57위 LG전선이 28계단 상승했다.
정보 유출·수사에 ‘직격탄’...23계단 떨어진 카카오
카카오는 올해 조사에서 23계단 떨어진 41위에 올랐다. 최근 카카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및 사용자 정보 유출이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 까닭이다. 두산도 최근 합병 이슈 등으로 논란이 되며 15위 내려간 47위에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보다 2계단 하락했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최근 적자 이슈 등으로 13계단 떨어진 50위를 차지했다.
44위 삼성SDI는 배터리 기업 중 홀로 39계단 하락하며 의외의 결과를 나타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받은 데 비해 삼성SDI의 인지도가 떨어진 결과로 판단된다. 그동안 배터리 기업으로 크게 주목받았으나 최근 대외적 ESG 활동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는 데 몰두해 상대적으로 소비자 관심도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SK 계열과 GS 계열은 이번 조사에서 전체적으로 순위가 떨어졌다. 2021년 첫 조사에서 SK이노베이션이 3위, SK하이닉스가 8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2022년부터 두 기업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은 17위, SK하이닉스는 24위로 선정됐으며 합병 이슈가 있는 SK E&S의 경우 33위로 5계단 하락했다. 건설 관련 이미지 손상이 있었던 GS 계열 맏형 GS는 19계단 떨어진 55위였으며, GS건설도 59위로 10계단 하락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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