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으면서 글로벌 신용평가 부분에서 일본 도요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영국 피치(Fitch)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 등급을 받았다.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은 자동차 업체는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벤츠, 도요타, 혼다 등 총 4곳뿐이다.
이들 3대 신용평가사의 글로벌 위상은 막강하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에 수십조원의 자금이 전 세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는 향후 사업 전망, 재무 건전성 등 질적 측면에서도 정상급의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받았다는 증표로 볼 수 있다.
독일 폭스바겐만 하더라도 연간 생산 대수는 현대차·기아보다 많지만, S&P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이다. 현대차·기아(A-)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는 신용평가사 3곳 모두에서 B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국제 신용등급이 가파르게 올라서고 있다. 지난 2월 무디스와 피치에서 A등급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서도 신용등급이 A-(안정적)로 올랐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비롯한 각종 재무 건전성 지표가 건전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0%를 넘었다. 대표적인 회계지표인 EBITDA는 이자 비용(Interest)과 세금(Tax), 감가상각(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을 일컫는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 즉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가 최근 인도에서 최대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기업 공개(IPO)를 추진하는 점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생산 가능하다는 점도 3대 신용평가사의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나, 하이브리드 생산에 주력하는 도요타와 비교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혼류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을 반영해 빠르게 결정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영향력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해 유럽에서도 연내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며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기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테슬라(50.8%) 다음으로 2위다. 포드(7.4%)와 GM(6.3%)은 각각 3·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상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합한다. 신용등급 상승은 곧 기업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돼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주가 역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나 기아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 역시 밸류업 효과로 더 많은 수익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 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자 비용 감소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신사업 투자나 배당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는 한 단계 올라선 회사 위상에 걸맞게 국내·외 투자자와도 투명한 소통에 나선다.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앞으로의 주요 경영전략 및 재무 건전성 목표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번 설명회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