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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한 달 만에 망하고 美 가더니 완판 행진…'대반전'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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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 화장품 생산자 개발방식(ODM)제조회사인 씨앤씨인터내셔널은 2018년 국내 브랜드를 통해 립스틱 계열인 립퐁듀를 선보였다. 하지만 야심차게 내놓았던 이 제품은 한 달 만에 매대에서 사라졌다. 당시 여름이었는데 너무 잘 녹는데다 소비자 입술에 닿으면 뭉게져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좌절은 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국내에 먼저 출시했지만,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했던 만큼 배수아 대표는 북미 대륙에서 한 번 승부를 걸어보고 싶었다. 배 대표는 실패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다시 양산에 도전했다. 3년이 흐른 2021년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미국 인디 브랜드와 계약했고, 해당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이 제품은 현재 전세계에 1억개 넘게 팔린 립스틱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원 씨앤씨인터내셔널 연구소에서 만난 배 대표는 “미국 소비자들은 입술이 도톰하게 보이는 화장품을 선호한다”며 “거기에 미국기존 액상형 제품과 달리 스틱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편하면서 더 위생에 신경썼다”고 ‘완판’ 비결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제품이 인기를 얻자 유럽 대형 화장품사에서도 문의가 왔고, 그 회사의 내부 연구소와 경쟁해 수주를 해냈다”고 말했다.
K뷰티 선도하는 ODM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전세계가 열광중인 K뷰티를 선도하는 화장품 ODM사다. 자사 브랜드를 갖고 있진 않지만 로레알과 LVMH, 에스티로더 등 430여개 브랜드에 직접 개발한 화장품을 공급한다.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을 겸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ODM 외길을 걷고 있다. 배 대표는 “선기획·선제안 하는 것이 ODM의 가장 큰 매력이고, 각 제품을 만들 때마다 내가 공장이라는 생각보다는 ‘내 브랜드’라고 이입해 열정을 쏟아붓는다”며 “여러 브랜드와 다양한 제형의 제조사에 ‘씨앤씨인터내셔널’이 붙어있는 것 자체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배 대표 부친 배은철 회장이 1997년 창업한 회사다.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수원공장 연구원 출신인 배 회장은 불혹에 눈 화장용 연필 형태의 아이라이너(젤 펜슬) 하나를 들고 회사를 차렸다.

2009년 입사한 배 대표는 지난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회사는 배 대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펜슬 하나로 힘겹게 사업을 이어갔다. 그는 “일반적인 펜슬로는 경쟁사들이 너무 많아 영업이 잘 되지 않았다”며 “다른 ODM사가 안 하는 제품을 찾고,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해 제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 입술 화장품 시장에 도전했다”고 돌아봤다.
매출 10억원대 회사가 10여년 만에 3000억대로
ODM 분야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는 필수였다. 배 대표는 “선발주자들이 안전한 처방 위주로 제형 사용감이나 색감을 구현한다면 우리는 도전적이고, 생산 수량이 덜 나오더라도 원하는 색을 시도한다”며 “글로벌 브랜드사에서 우리 발표를 보고 ‘와우’라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 연구개발을 끊임없이 한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가 입사할 무렵 회사 연매출은 1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랬던 이 회사가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상반기에만 매출 1524억원, 영업이익 217억원을 거뒀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덕분에 국내 화장품 ODM사중에선 영업이익률(14.3%)이 가장 높다.

용인 공장 증설이 다음달 끝나면 회사 생산 역량은 연간 4억개 수준으로 올라간다. 청주 신공장까지 완공하면 매년 10억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배 대표는 “현재 사업 구조는 색조화장품 중 포인트 메이크업 중심”이라며 “나중에는 기초화장품 분야도 도전해 종합 ODM사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수원=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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