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대 속에 OCI와 손잡고 큰돈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다소 미진했다. 여기에 공장 가동 초기 비용 증가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필수 소재인 과산화수소 판매 부진으로 6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업 재편 신호탄 쏜 포스코
피앤오케미칼이 2020년 설립된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자 장인화 회장(사진) 체제의 포스코그룹은 빠르게 ‘메스’를 댔다. 장 회장이 그룹의 주력인 철강과 배터리 소재 분야라도 돈이 안 된다면 과감히 정리할 것이란 신호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업계에선 포스코그룹이 음극재 밸류체인에는 손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관련 밸류체인을 완성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OCI와는 합작사 운영을 통해 신뢰 관계를 쌓았기 때문에 굳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전체 밸류체인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분(51%) 매각으로 500억원이 유입되고 연결 자회사인 피앤오케미칼의 부채도 회계상으로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피앤오케미칼의 부채가 지난해 말 164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각 대금을 더해 2000억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둔다는 얘기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분기 11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부채는 작년 말 3조7231억원에서 6개월 만에 4조8451억원으로 1조1220억원(30.1%) 늘었다.
OCI,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이번 매각을 신호탄으로 취임 6개월 차인 장 회장의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120개 구조개편 대상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저수익 사업 51개와 비핵심 자산 69개로 구성돼 있다. 올해 가장 많은 66개의 사업·자산 재편이 예정돼 있는데 피앤오케미칼이 첫 타깃이 된 것이다. 다음 정리 대상으로는 순손실을 내고 있는 해외 법인이 첫손에 꼽힌다.인수 주체인 OCI는 이번 투자를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 강화에 나선다. OCI는 6월 실리콘 음극재 생산에 필요한 특수소재(SiH4) 공장을 착공하는 등 2차전지 소재 투자를 늘리고 있다. 회사 측은 피치 분야에 대해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
피치는 음극재로 쓰이는 흑연 표면을 코팅해 배터리 팽창을 줄이고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중국과 독일에서 수입하던 걸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퓨처엠이 양극재 음극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합작사를 계속 유지하면서 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우현 OCI 회장이 중장기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충남 공주 음극재 코팅용 피치 공장은 시험 생산에 이어 곧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순도 과산화수소 제품도 점차 매출이 늘고 있다. 피앤오케미칼이 생산 중인 제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생산 공정에서 식각과 세정에 사용되는 중요 소재 중 하나다. 주요 반도체 업체의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