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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패스트 패션 속에서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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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리, 테무, 쉬인과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국내 시장 점유에 따라 초저가 의류에 관심 두는 이들이 많아졌다. 패스트 패션을 넘어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도래 속에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단체가 있다. 다시입다연구소의 박지원 프로젝트 매니저를 만나 패션 산업의 동향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리고 의류 폐기물을 줄이려 2020년부터 활동 중인 비영리 스타트업입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유행에 따라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의생활을 바꿔 ‘나와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설립 취지 및 목표는 무엇인가
"해외에서는 소비의 부끄러움을 의미하는 ‘Köpskam(숍스캄)’이 활발히 이뤄집니다.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않는 운동이죠. 이와 달리 환경에 관심이 적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답니다. 사실은 ‘언니네 마당’이라는 독립 잡지 팀이 시초였대요. 자기만의 색깔로 대안적인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매거진이었다고 해요. 대표님께서는 팀원 모두 환경에 관심 있다는 걸 일하던 도중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패션산업의 문제점에 집중하자는 뜻에서 연구소를 만들게 된 거죠. 연구소의 목표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의류 재사용의 가치를 알리고 옷 물물교환 등을 통해 대안 의류 소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즐겁고 재밌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금의 크기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현재 연구소는 사단법인을 설립해 비영리 조직의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활동 초기에는 의류 교환 행사로 대중들에게 중고 의류에 친근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 했습니다. 단발성 행사를 하다 보니 “한 공간에서 오래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를 실현하려 상시 운영 프로그램과 사업을 만들고 수선 문화 캠페인도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고민하다 보니 지금의 연구소가 된 것 같습니다."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운영 형태가 갖는 이점은
"진심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점인 듯 해요.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 정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활동에 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비영리 단체의 순기능이라 생각합니다."

다시입다연구소가 진행 중인 주요 활동 및 사업은
"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개개인의 옷장 속에 존재하는 입지 않는 옷은 평균적으로 21%라고 해요. 그래서 이런 옷들을 교환할 수 있는 행사인 ‘21%파티’와 ‘21%파티 위크’를 만들게 됐습니다. 복합문화 실험공간인 ‘21%랩’을 운영하고 수선 자랑 공모전과 수선예술 워크숍도 열고 있습니다. 패션 기업이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려 서명 운동과 법 제정에도 힘쓰고 있어요. 이 외에 전시나 강의도 상시로 열고 매거진도 발행 중입니다."



활동으로 인해 의생활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연구소 설립 이후 매해 열리는 21% 파티를 통해 교환된 의류는 작년까지 총 9,969벌입니다. 이는 1년간 2,826명이 마시는 물 2,826,093ℓ를 절약한 것이라 할 수 있죠. 74,756kg의 탄소를 저감한 것이기도 합니다. 작년 아산나눔재단과 진행한 의류 교환 사업에서는 78%의 의류 소비량 감소와 월평균 의류 소비량이 세 벌에서 한 벌로 줄었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행사나 워크숍을 보면 처음 오신 분들의 재방문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수선문화 예술교육자 양성 사업으로 수선 문화의 확장 역시 이전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활동하는 동안 기억 남는 일화가 있다면
"21%파티에 기부되는 옷들에는 ‘이야기 태그’가 달려있습니다. ‘이야기 태그’에는 이 옷의 전 소유주가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이곳에 오게 됐는지가 적혀 있어요. “취업해 정장을 내놓습니다”라든가 “선물 받았는데 어울리지 않아서” 등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재밌습니다. 또 수선 캠페인 참여자에게 “실수하더라도 그걸 실패가 아니라 개성으로 봐줘서 좋다”는 말을 들었던 때나 “지역 수선 문화를 직접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기억에 남네요."

다시입다연구소가 생각하는 현 패션 산업의 실태는
"패스트 패션 이후로 의류 소비량이 늘어난 데다 최근 초저가 의류로 인해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사실상 초저가 의류들을 보면 오래 입지 못하는 옷들이 대다수죠. 이는 의류 소비와 폐기의 빠른 사이클을 형성합니다. 더불어 의류 제작 시 합성 섬유를 쓰거나 혼용률이 달라 재사용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 ‘00 브랜드 00만 원 깡’이라고 해서 산 옷들을 직접 입어보는 영상 콘텐츠도 많아지고 있어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초저가 의류들을 소비하는 행태가 이뤄지는 것이죠. 영상을 찍고 나서 실제로 초저가 의류를 직접 입는지 역시 의문입니다. 이런 실태를 변화하려 계속해서 패션 기업 의류 재고 폐기 금지법 서명 활동과 법안 발의, 해외 사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울트라 패스트 패션과 반대되는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란 무엇인가
"SPA 브랜드가 생겨나며 의류 소비량이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쇼핑 방식 역시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소비가 쉬워져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는 사실 어렵거나 힘든 게 아닙니다. 내가 가진 옷을 수선해서 오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입으면 되죠. 새로운 옷이 필요하더라도 새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비하기보다 의류 교환이나 구제가게를 이용하고 직접 수선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가 이뤄지려면 개인이 어떤 노력을 행해야 하나
"새로운 옷을 사지 말자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연구소 자체가 패션 산업 자체나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 연구소와 같은 단체에 마음을 함께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본인이 가진 옷들을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여러 패션 앱의 AI 코디 기술을 활용해 옷을 구분하거나 주변 사람과 옷을 교환하고 수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시입다연구소의 추후 방향성 및 계획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구축해 나가려 합니다. 전국 21% 클럽 발굴과 모집을 계속해 패션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려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관련 법 제정 연구도 하고 있으며 파타고니아와 함께하는 서명 운동도 계획 중입니다. 10월 19일에는 ‘전국 수선의 날’ 행사도 크게 열고자 합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구소가 하는 활동들은 사실 개인이 하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은 활동들이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들에 조금 더 가볍고 재밌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동참해 주길 바랍니다."

이진호 기자/손승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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