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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전략, AI로 순식간에 복사…개미들도 '투자의 귀재'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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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플랫폼 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40대 개인투자자 신모씨는 주식 투자를 할 때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 앱을 잘 쓰지 않는다. 대신 직접 만든 웹페이지에서 각종 지표를 확인한 뒤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한다. 온갖 시장 데이터 중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기 쉽게 모아뒀다. 시가총액, 거래량, 가격 변동 추이 등 일정 조건만 뽑아내 조합한 뒤 이를 충족하는 종목을 빠르게 사고파는 식이다.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지만 챗GPT와 개인투자자 모임 등에서 코딩 팁을 모아 프로그램을 짰다.

콘텐츠 기업 직원인 30대 개인투자자 김모씨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법에 따라 종목을 발굴하고 매매한다. 책에서 본 대가들의 투자 전략과 매수·매도 근거를 챗GPT에 입력해 코드로 개발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부채비율, 유동비율,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등도 컴퓨터가 계산해 종목을 추려준다.
○버핏의 투자 전략도 ‘복사’

요즘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투자가 증권사나 기관투자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자체 데이터 분석 AI 도구를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증권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서비스를 활용해 나만의 투자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해 프로그래밍 코드를 짜 활용할 수 있게 돼서다. 투자자가 수정해 쓸 수 있도록 개방형 소스를 제공하는 키움증권의 조건식 자동매매서비스 ‘캐치’는 2019년 하반기 3100억원이었던 이용자 약정 금액이 올 상반기 1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대신증권의 개방형 API 서비스 크레온플러스의 하루 평균 접속자 수는 챗GPT 대중 서비스가 시작된 2022년 12월 대비 42.7% 늘었다.

개인투자자 간 프로그래밍 코드 공유도 활발하다.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선 주식 거래 관련 코드를 팔거나 무료로 공개하는 ‘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웹 기반 프로그래밍 앱인 주피터노트북 등을 통해 시각화한 데이터 자료를 공유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거래소 등에서도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이 전 종목·전 항목을 통으로 담은 데이터여서 원하는 숫자만 골라내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개인투자자 이강훈 씨는 “일과 중 짬을 내 투자하는 이들은 1분 1초가 아깝기 때문에 시각화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AI를 도깨비방망이로 봐선 안 돼”
다만 AI가 투자 결정을 위한 정답을 찾아주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AI가 급변하는 시장 심리까지 모두 파악할 수는 없는 만큼 투자 결정 전부를 일임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AI는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해 자료 범위 내에서 판단을 내린다”며 “종목이나 섹터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대신 AI를 자동화 도구로 쓰면 투자 경쟁력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 강 대표는 “AI는 막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정보 범위 안에서 반복 작업을 맡기는 식으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매일 돌리는 자동화 코드는 300여 개에 달한다. 펀드별 일일 수익률부터 리서치 자료 요약 등을 AI가 대신하고 있다. 반복 작업을 통해 지표별 주요 범위를 파악한 AI가 이른바 ‘손절’할 만한 종목 등을 자동 탐지해 알려주기도 한다. 강 대표는 “주니어 애널리스트 여러 명이 1주일 꼬박 걸려 할 일을 AI는 단 수초 내에 해낸다”며 “반복 작업은 AI가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절약한 시간은 사람이 더 깊은 고민을 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쓰기 때문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양현주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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