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는 부자 되면 안 됩니까?”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20일 개최한 제22회 벤처썸머포럼에서 정세주 눔 이사회 의장의 발언에 큰 박수가 터졌다. 그는 “한국에선 부동산 매매로 부자가 됐다는 뉴스엔 ‘부럽다’는 댓글이 달리는데, 스타트업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욕을 먹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스타트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축하할 일로 받아들여진다. ‘먹튀’로 욕을 먹는 한국과 정반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25세에 아무 연고가 없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성공한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2007년 창업한 헬스케어 기업 눔을 기업가치 5조원 규모 회사로 키웠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 김봉진 전 대표가 먹튀 논란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2019년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우아한형제들을 40억달러에 매각한 뒤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일부 네티즌이 식사를 주문할 때 독일 기업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을 김 전 대표가 야기했다고 주장하면서 ‘반(反)배민’ 정서를 부추겼다.
정 의장은 이스라엘의 연쇄 창업 문화를 예로 들며 김 전 대표와 같은 엑시트 사례가 국내 창업 생태계에 큰 보탬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가 모범사례로 꼽은 이스라엘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의 산실이다. 전체 유니콘 기업 중 이스라엘 업체 비중이 2%에 이른다. 인구가 이스라엘보다 다섯 배 많은 한국은 이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최근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숙박 스타트업 스테이폴리오를 인수하는 등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영상 채팅 서비스 기업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해 2조원에 매각한 안상일 전 대표는 최근 인공지능(AI) 소셜 플랫폼 기업을 설립했다.
국내에서 반기업 정서가 확산한 데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주요 기업 창업자에게 호통을 내지르는 것이 일상이다. 이번 22대 국회는 더 하다. 시민단체 좋은규제시민포럼에 따르면 22대 국회는 개원 후 한 달 동안 283건의 기업 규제 법안을 쏟아냈다. 지난 국회 같은 기간의 두 배에 육박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분기 기준으로 올 1분기까지 만 39세 이하 창업자 수가 4분기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다. 이 숫자를 반전시키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첫걸음은 분명하다.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인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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