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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AI 거품론'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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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글로벌 테크업계는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몸살을 앓았다. ‘테크주 랠리’의 선봉이었던 엔비디아를 필두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테크 기업의 주가 회복세는 제각각이다. ‘곡괭이’(AI 인프라)를 만드는 엔비디아 주가는 어느 정도 반등했지만, ‘금 채굴’(AI 서비스)을 맡은 여타 빅테크의 주가는 낮은 포복을 이어가고 있다. AI가 ‘돈 먹는 하마’라는 시장의 우려가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美서 불거진 '돈 먹는 하마' 논란
‘AI 거품론’의 진원지는 지난 6월 세쿼이아캐피털이 내놓은 ‘AI의 6000억달러 문제’란 제목의 보고서다. 빅테크가 AI 기술 투자 비용을 거둬들이려면 올해 적어도 6000억달러(약 797조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실제 예상되는 AI 관련 매출은 후하게 가정해도 100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하는 속도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세상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신기술은 ‘기술 촉발’ ‘과도한 기대의 정점’ ‘환멸의 골짜기’ 등의 단계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확산하는데, 지금은 AI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곳곳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환멸의 골짜기’ 단계 초입이라는 설명이다.

‘AI 투자 광풍’을 우려하는 미국 월스트리트가 손에 꼽을 법한 모범사례는 뜻밖에도 한국에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1조5000억원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1500억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2020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두 회사의 R&D 투자가 뒷걸음질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리띠’를 조인 두 회사의 실적은 계속 우상향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신기록을 냈다. 카카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증가하며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다.
韓 기업은 투자 멈출 때 아니야
네카오의 실적 잔치가 달갑지 않은 것은 빅테크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서다. 빅테크의 AI 서비스는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도 수익을 내는 단계다. 오픈AI는 최신 생성 AI 모델 ‘GPT-4o’를 앞세워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도 매달 20달러를 결제 중이다. 구글도 ‘제미나이 라이브’를 선보이며 개인 고객 유료화에 도전 중이다.

반면 네카오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 AI 상품 자체가 없다. 청사진이 또렷한 것도 아니다. AI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경영진의 약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네카오의 주가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AI가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은 2000년대 초반 닷컴거품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곳곳에서 거품이 터지는 진통을 이겨낸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이런 시기엔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우선이다. 도전자 입장인 한국 기업이라면 ‘AI 거품론’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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