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문턱 넘은 첫 국산 항암제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은 20일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으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렉라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신약 중 FDA 승인을 받은 9호 의약품이자 첫 항암제가 됐다. 국내 제약산업은 25년이라는 짧은 신약 개발 역사 속에서 국산 블록버스터 후보 렉라자까지 탄생하는 성장을 이뤄냈다.우리나라 신약 개발의 시작은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다. 지난 4월 허가받은 37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자스타프라잔까지 매년 1.5개의 신약이 개발됐다. 글로벌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2년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허가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올해 상반기 기준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 56개 중 미국(24개)에 이어 한국(12개)이 2위를 기록했다.
타그리소와 폐암 신약 패권 경쟁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EGFR)가 있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처방한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가 작으면 소세포폐암, 작지 않을 경우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한다. 폐암 환자의 80% 비율이 비소세포폐암이다.경쟁 약물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타그리소는 EGFR 비소세포폐암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폐암 전문가들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이 타그리소와 패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분석한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이 임상에서 타그리소의 효능을 앞섰기 때문이다. 2023년 9월과 10월 J&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보다 환자의 사망 위험과 암 진행 비율을 30% 낮췄다고 발표했다. 암의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렉라자가 타그리소보다 9개월 길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재수립
렉라자는 국내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의 가장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5년 7월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물질 개발 단계에서 렉라자를 도입했다. 유한양행은 물질의 최적화와 공정 개발, 비임상을 마무리하고 광범위한 특허 전략까지 구축하면서 렉라자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2018년 11월 유한양행은 J&J에 총 1조4000억원 수준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한국 제외)를 기술 수출했다.앞서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직접 도입보다 비상장 바이오회사 전략적 투자(SI)를 활발히 해왔다. 총 50여 개사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직접 개발하는 방식에 비중을 두고 있다.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 33개 중 16개를 외부에서 들여왔다.
김유림/이영애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