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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다시 28%로 올리고 임대료 상한제 도입" 美 민주당 정강 분석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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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정강(party platform)에서 법인세율 인상, 임대료 상한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동맹을 강화하겠다며 '비용분담'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기조와 차별화했다. 민주당은 19일부터 22일까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진행 중이다.
"부자와 대기업에 증세"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정강의 전체적인 기조는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기조다. 정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부자와 대기업에만 혜택을 줬다"며 "중산층 중심의 경제정책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득이 적은 가구에는 세금이 한 푼도 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To grow our economy from the middle out and bottom up, not the top down. To reward work, not wealth."
"우리 경제를 상위층에서 아래로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중산층과 하위층에서부터 위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부(富)가 아니라 노동에 보상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조(兆) 단위 기업들이 "공정한 몫을 납부해야 한다"며 "2020년에 미국의 55개 대기업들이 400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지만, 연방 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기업들은 기록적인 이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의 연방세 납부 비율은 1950년대의 30%에서 10%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이 문제를 신경쓰지 않았으며,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떨어뜨렸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세율을 21%에서 28%로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로의 세율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의 2024 정강에 이 내용이 포함된 것은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에도 동일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작성한 정강은 구체적인 세율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15% 글로벌 기업 최저한세(minimum tax rate)를 법으로 정한 일을 상기시키며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해외 수익에 대해 납부하는 세율을 (현 10.5% 대비) 21%로 두 배로 올리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대한 수백억달러의 보조금을 없앨 것"이라며 "기업용 제트기에 대한 특별 세금 혜택을 끝내고, 기업 및 개인 제트기 여행에 대한 연료세를 인상해서 10년간 40억달러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비용공제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점과 최고경영진에 대한 고연봉도 저격했다. 민주당은 "기업들이 임원들에게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비용을 공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CEO들에게 거액의 보수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세금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소득 40만달러(약 5억3200만원) 이하 가정에는 연방세를 '한 푼도 더 내지 않게(not one single penny more in federal taxes, period.)'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팁 소득을 연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유세 과정에서 제시했다. 다만 이런 기조는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세원강화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임대료 상한제 도입"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임대료 상한제 관련 내용도 2024 민주당 정강에 포함됐다. 2020년 민주당은 정강에서 "누구도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이번에는 훨씬 강력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대규모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기업들에게 2년 동안 임대료를 5%만 인상할 수 있도록 제한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을 정강에 담았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연방 세제 혜택을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또 임대료를 온라인으로 납부하거나 우편물을 수령할 때 추가로 해야 하는 불공평한 수수료를 없애려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임대업체를 단속하고 연간 인상 한도를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애 첫 주택을 사거나 처음으로 집을 파는 경우에는 1만달러(약 1330만원)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이것이 집값 및 월세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린 원인으로 지목되는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의료보험 개편도 민주당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민주당은 의료보험 보장을 확대하고 보험료를 낮춰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메디케어의 의약품 가격 협상권 도입으로 의약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신차 절반은 전기차로"
민주당 정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청정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는 민주당은 정강에서도 세금 공제를 통해 전기차 판매량을 4배로 늘렸다며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규 승용차의 50%를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이런 정책은 미국의 공장건설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리는 데 역할을 했다"며 "배터리와 전기차,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등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새로 지어서 일자리 30만개를 늘렸고, 미래의 주택에 사용될 청정에너지원 공급망을 국내로 가져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전기차 지원정책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전기차 보급을 공공부문부터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학교 스쿨버스, 대중교통 버스, 우체국(USPS)의 우편물 배달차량 등을 전기차로 바꾸도록 지원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항만과 수로 등을 운영하는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 제로 화물운송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큰 취약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정강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에너지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부의 추산에 따르면, 우리의 정책으로 2030년까지 전기료는 9%, 가스요금은 13% 떨어지고 국민에게 수백억달러를 절감하게 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동맹 강화


외교정책에 관해서는 한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언급하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관계에서 다자주의를 복원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국 및 일본과의 3자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는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다른 접근법을 취했는데, 김정은에 아첨하고 정당화하며 북한 독재자와 '러브레터'를 교환해서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창피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는 무역 분쟁을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로 우리의 소중한 동맹국인 한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특히 불법적인 미사일 능력 증강에 맞서 우리의 동맹국, 특히 한국을 지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서의 규칙을 지키고 우리의 동맹국들을 지지하는 것이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항행의 자유에 대한 약속을 유지하고, 필리핀 및 다른 동맹국들과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의 적대적 행동과 강압에 맞서 왔던 이유"라고 했다.

이어 "일본에서의 우리 군사 주둔을 확대하고 새로운 국방협력 협정을 통해 필리핀의 전략적 지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미래의 지역 침략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상 유아교육 도입
국경을 너무 많이 열어줬다는 이유로 트럼프 캠프의 공격을 받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정강에 "이민자의 시민권 취득 기회 확대"와 "불법 이민 단속 강화"를 동시에 언급했다. 전체적으로는 이민자 가족의 결합권 보호와 숙련 이민 확대에 기울어 있으면서도 불법이민자로 인한 문제를 차단하겠다는 꼬리를 단 것은 현 선거 국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000만가구의 6500만 어린이에 대해 연간 360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런 아동 지원 혜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와 의회 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동맹이 헤드스타트와 같은 아동지원 프로그램을 없애서 양육비 부담을 늘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상 유아교육 도입과 초중고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내걸었다.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 경감과 무상 커뮤니티 칼리지를 도입하고, 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직업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상징적 정책이자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낙태권을 옹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범죄 대응에 관해서는 복잡한 속내가 읽혔다. 민주당 2024 정강은 총기를 더 강하게 규제하자면서 총기의 배경 조사를 강화와 공격용 무기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또 총기 제조사의 면책 특권 폐지와 총기 폭력 연구도 지원하겠다면서, "트럼프는 총기업체 로비 탓에 아무 것도 안 했다"고 비난했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마약 중독을 줄이기 위해 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고 펜타닐 밀수를 차단하는 한편 마약사범 처벌은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마리화나와 사용 및 소지와 같은 경우에는 수감을 중단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사면하는 한편, 전체적으로 재활과 중독 회복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교도소를 폐지하고 가석방을 확대해서 수감자 인권을 개선하려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는 흑인 히스패닉 등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에 민감한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특히 "경찰의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에 기반해 범죄 여부를 추측하는 것)과 종교차별을 끝내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민주당은 조지 플로이드 경찰 개혁법(George Floyd Justice in Policing Act)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 법은 2021년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을 통과했으나 공화당이 우위에 있는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내용을 정강에 못박았다.

민주당 정강은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소수자를 보호하겠다는 내용과 혐오 범죄 근절과 총기 폭력 피해가 큰 소수 인종 커뮤니티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투표권 보호와 선거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내용, 언론의 자유 옹호와 허위 정보 유통을 방지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2021년 1월6일 국회의사당 난입사건도 언급했다. "폭력적인 폭도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하고, 창문을 부수고, 문을 발로 차며, 수많은 경찰관들을 공격하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선출직 공무원들을 찾아 다녔다- 이 모든 것은 트럼프가 국민의 의지를 뒤집기 위해 수개월 동안 반복해서 퍼뜨린 거짓말에 의해 광기에 휩싸인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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