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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시장 된 ETF…온 국민의 재테크 필수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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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바야흐로 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8월 19일 기준 국내 ETF 시가총액은 156조4537억 원으로, 지난해 6월 29일 ETF 순자산이 100조 원을 넘어선 이후 1년 새 시장 규모가 50% 이상 급격히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ETF의 인기 비결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인 ETF는 주식 시장에서 주식처럼 쉽게 거래가 가능한 인덱스 펀드로, 일종의 ‘세트 상품’처럼 여러 가지 주식 또는 대상에 투자한다. 인덱스 펀드는 목표지수인 인덱스를 선정해 이 지수와 동일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운용하는 펀드인데, 한 종목을 사지 않고 목표지수와 똑같이 움직일 수 있게 다양한 종목들을 편입하기 때문에, 특정 종목을 보유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개별 위험을 분산시킨다.

인덱스 펀드가 모태, 2002년 국내 상륙

인덱스 펀드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76년 미국에서다. 1975년 뱅가드그룹을 창업한 존 보글은 이듬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상장 주식을 골고루 보유해서 얻는 투자 수익’을 목표로 인덱스 펀드를 선보였다. 미국 뉴욕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이 펀드는 지금도 ‘뱅가드500인덱스 펀드’라는 이름으로 운용될 만큼 상징성이 크다. 보글은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덱스 펀드는 주식 시장의 모든 주식에 투자해서 영원히 보유하는 펀드이고, 주식 시장이 주는 수익의 거의 전부를 우리에게 준다.”

그러나 진짜 ETF의 탄생은 보글이 인덱스 펀드를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 뒤 시작됐다. 1990년 3월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세계 최초의 ETF인 ‘Toronto Index Participation Shares(TIPS)’가 상장된 데 이어 1993년 1월 미국에서도 현재 세계 4대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뉴욕증권거래소에 ‘SPDR S&P 500 ETF(SPY)’를 출시하며 ETF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ETF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금융위기로 인해 액티브 펀드 수익률이 기초지수인 벤치마크를 지속적으로 상회하기 어렵고, 장기 투자 시 운용 보수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심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인덱스를 추종하고, 기초자산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투명성이 높고, 매매가 자유로운 ETF가 각광을 받게 됐고, ETF 시장은 지금까지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2년 10월 코스피(KOSPI)200 지수를 추종지수로 하는 ‘KODEX 200’이라는 ETF를 삼성자산운용에서 처음 출시했다. 8년 뒤인 2010년에 첫 해외 ETF가 상장했다. 대표적 해외 시장인 미국 나스닥에 투자하는 ‘TIGER미국나스닥100 ETF’가 첫 해외 투자 ETF다. 이후 중국, 인도,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다양한 ETF가 상장했다. 2002년 단 4개 종목이었던 ETF 종목 수는 2024년 8월 19일 현재 880개에 달한다.

특히 국내 ETF 시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을 기점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막대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몰리면서 ETF 시장도 덩달아 몸집을 키운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며 장기채 투자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증시 상승에 따른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확대됐고, 동시에 연금(개인·퇴직) 및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 계좌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대중화되면서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ETF를 주식(equity)으로 인식해 본인이 좋아하는 주식을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ETF에 대해 강한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며 “동시에 운용사 또한 이러한 투자자들의 니즈를 잘 반영해 적시에 다양한 ETF 상품을 상장하며 수요(투자 니즈)와 공급(상품)이 잘 매칭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인버스·월 배당…진화하는 ETF

ETF 시장은 진화를 거듭하며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1세대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유형의 ETF다. 대표적인 상품이 코스피200 ETF다. 2세대 ETF는 레버리지와 인버스로 대표되는 변동성 확대를 수반하는 ETF 유형이다. 단기 방향성 베팅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3세대 ETF는 월 배당 ETF 유형으로, 안정적인 배당을 겨냥한 상품인데, 최근 월 배당 ETF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연간 분배율이 10%에 육박하는 커버드콜 ETF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주로 해외 지수를 편입한 상품이다.

월 배당 ETF는 당초 은퇴 등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이 필요한 중장년을 타깃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파이어족이 증가하며 추가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방안으로 선호받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기존 ETF 상품을 월 배당형으로 전환하는 등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8월부터 ‘ACE 미국다우존스리츠(합성H)’와 ‘ACE 싱가포르리츠 ETF’의 분배금 지급 정책을 월 배당으로 전환했고, 삼성자산운용도 지난 7월 말부터 ‘KODEX 은행’의 분배 방식을 연 배당에서 월 배당으로 변경했다.


키움자산운용은 지난 7월 말부터 ‘KOSEF 고배당’, ‘KOSEF 미국방어배당성장나스닥’,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 ‘히어로즈 국고채30년액티브’ 등 4개 ETF의 분배 주기를 월 단위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월 배당 ETF를 필두로 투자자의 개별 니즈에 따라 ‘인덱스 ETF·채권형 ETF·파킹형 ETF·테마형 ETF·리츠 ETF’를 조합해서 투자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ETF의 대세 몰이는 개별 주식 대비 안정적이고, 절세 계좌의 투자 이점을 누릴 수 있으며, 다양한 상품 라인업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뜨거워진 ETF 열풍만큼 시장 선점을 두고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투자자 이목을 끌기 위해 자사 ETF의 리브랜딩 움직임도 거세다. 비단, 운용사의 ETF 브랜드 교체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신한자산운용이 2021년 ETF 브랜드를 ‘SMART’에서 ‘SOL’로 탈바꿈했고,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4년간 사용한 브랜드명 ‘KINDEX’를 ‘ACE’로 변경했다. 브랜드 교체 이후 신한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기존 1% 안팎에서 3%로 증가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시장 점유율도 4% 수준에서 7%가량 늘었다.



자산운용사 불꽃 경쟁, 리브랜딩 열풍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리브랜딩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브랜드 변경의 효과가 리브랜딩 직후 바로 나기는 어려우며, 그 이후 어떤 상품을 출시하고 투자자분들께 어떤 투자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8월 초 코스피가 하루에 10%, 나스닥이 3.5% 급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질 때 ACE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 세미나를 진행했다. 국내 ETF 운용사 최초이자 유일하게 투자자 대상 긴급 시황 세미나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러한 활동들이 누적되면, 결국 브랜딩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ETF 업계 ‘리브랜딩 바람’은 지속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7월 ETF 브랜드를 ‘ARIRANG’에서 ‘PLUS’로 15년 만에 변경했고, KB자산운용도 ‘KBSTAR’에서 ‘RISE’로 8년 만에 바꿨다. 그보다 앞선 지난 4월에는 하나자산운용이 ‘KTOP’에서 ‘1Q’로,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한 KCGI자산운용은 기존 ‘MASTER’에서 ‘KCGI’로 변경하는 등 비대해진 ETF 시장 속 브랜드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ETF 산업은 거래 편의성과 높은 환금성, 그리고 저보수라는 본연의 장점과 우리나라의 매우 트렌디하고 다양한 ETF 상품 상장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ETF 직접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성장의 큰 모멘텀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이렇게 다양한 상품이 상장됨에 따라 상품 선정이 어렵고 충분한 이해가 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운용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ETF 상품에 대한 충분한 학습을 선행해야 한다”며 “더불어, ETF 종목명이 유사해도 구성 종목과 투자 비중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FICC ETF운용본부장 역시 “글로벌 투자 및 연금 투자 수단으로 ETF가 더욱 선택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ETF 시장은 앞으로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된 새로운 전략들을 위주로 꾸준히 신상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유사한 상품들도 많아지는 만큼 상품의 운용자산(AUM)과 거래대금을 비교해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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