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9일 16: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가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에 이어 한화손해보험, KDB생명보험, 흥국화재 등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가 줄줄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짧은 휴식기를 마치고 회사채 시장이 재가동된 가운데 보험사 후순위채 투자심리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날 열린 후순위채 4000억원어치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후순위채의 만기는 10년이지만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상할 수 있다. 공모 희망금리는 연 3.9~4.5%로 책정했다. 발행사와 주관사 측은 최대 6500억원까지 증액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 교보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메리츠화재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진 게 수요예측 흥행 배경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997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분기 당기 순이익은 5068억원으로 처음으로 분기 순익 5000억원대를 돌파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들어 후순위채 카드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15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사모 조달 방식으로 발행했다.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증액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 작업에 나섰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4000억원어치 후순위채 조달 작업이 마무리되면 메리츠화재의 K-ICS은 226.9%에서 6.9%포인트 오른 233.8%로 오를 전망이다.
K-ICS는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는 100%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비롯한 자본성증권은 건전성 지표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자본으로 분류된다. K-ICS 비율이 안정적인 편이지만 금리가 저렴할 때 미리 자본확충을 해두는 것이 향후 대응에 유리하다는 게 메리츠화재의 판단이다.
보험사 후순위채 조달 시장은 하반기 들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메리츠화재를 포함해 이달 한화손해보험, KDB생명보험 등이 찍는 보험사 후순위채는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시장에서 보험사 후순위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게 이들의 방침이다. 다만 보험사 후순위채 신용도가 모두 다른 만큼 리테일 수요 공략을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