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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도장·관리소장까지…한국인 떠난 거제·창원, 외국인이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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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남 창원 진해구에 있는 중소형 조선사 케이조선 조립공장에서는 5만t급 선박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낮 최고기온이 34~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한 주 내내 이어졌지만 생산라인 네 곳에서 선박의 주요 부분을 동시에 만드는 작업이 경쟁적으로 진행됐다.

케이조선 생산라인 곳곳에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 회사 근로자 500명 가운데 외국인은 8% 수준인 32명이지만 용접과 도장 등 배를 만드는 핵심 업무를 대부분 맡고 있다. 전체를 감독하는 관리소장은 한국인이지만 용접과 도장 공정 파트장의 99%와 파트장을 관할하는 관리소장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였다. 외국인 없이는 배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인력 구성이었다. 베트남인인 브엉꾸억라이(24)는 “한국 조선업계에서 요구하는 최고 등급의 선박 용접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자격증상으로는 국내 용접 기술자와 동급”이라고 말했다.

케이조선의 하청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근로자 규모는 훨씬 크다. 현장 근로자 3500명의 약 10%가 숙련(E-7 비자)·비숙련(E-9 비자) 외국인 근로자였다. K조선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조선업 불황 당시 건설업으로 빠져나간 국내 근로자들은 불황이 반복되는 이쪽 업계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라고 했다.

17일로 20주년을 맞은 고용허가제는 총 100만1106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들여 한국 산업 현장을 지탱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현장에서 19만9269명의 비숙련 외국인이 구슬땀을 흘렸다. K조선이 있는 창원시 전체 제조업 종사자(11만2818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인원이다.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 등이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해주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등의 적용을 받으며 최대 4년10개월까지 두 차례 일할 수 있다.

한국이 처음 비숙련 근로자를 불러들인 건 1994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산업연수생은 민간 브로커가 개입하면서 중개수수료(송출비) 인상, 불법체류자와 인권침해 사례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고용허가제는 인력 선발부터 고용 관리, 귀국까지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기구가 고용허가제를 모범적인 제도로 평가하는 이유다. 2019년 OECD는 “노동착취, 불법체류 등 일시적인 이주노동 문제 상당 부분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업 외에도 국내 산업현장 곳곳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 굴러가기 힘든 상황이다. 건설현장에서도 외국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 현황을 보면 올해 3월 기준 전체 피공제자 중 16.2%는 외국인이었다. 세부 분야별로 건설현장 인부와 목공은 외국인 비율이 각각 23.1%(5만6684명), 25.6%(6만2983명)에 달했다.

농축산업과 어업도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농축산업과 어업 외국인 근로자는 20년간 누계 기준으로 14만796명에 달했다. 2022년 현재 국내 전체 농축산업·어업 종사자(5만485명)보다 많다.

외국인 근로자는 지방소멸을 막는 마지막 버팀목이기도 하다. 충북 음성군 인구는 9만219명인데, 등록 외국인(유학생 등 체류 외국인 전체)이 1만3345명이다. 전체 인구에서 등록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4.8%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12.6%), 경남 함안군(7.3%), 충남 아산시(6.3%), 경남 거제시(5.7%) 등도 외국인 인구가 지역 경제 붕괴를 막는 대표적인 곳이다.

케이조선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김해 부원동은 ‘김해의 이태원’이라고 불리며 대표적인 외국인 근로자 상권으로 성장했다. 각국의 외국인들이 저마다 상권을 형성하면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창원·진해=원종환/정영효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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