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옮겨 온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주요 로펌 간 법리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티메프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구조조정안을 두고 티메프와 협상을 벌일 채권자협의회가 구성되자 법무법인 태평양·광장 등 대형 로펌이 속속 뛰어들며 채권단 내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지평 vs 광장·태평양·린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비공개로 열린 1차 채권자협의회를 앞두고 법무법인 광장, 린, 대륜, 화현 등이 채권자 소송대리인 자격으로 위임장을 냈다. 린, 대륜 등은 사태 초기부터 전담 센터, 태스크포스(TF) 등을 출범시켜 피해 입점 업체 및 개인과 소통해오던 로펌이다. 대기업 채권단은 광장 같은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가세했다.
태평양 등은 채권자 대리인 입장에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식으로 소송 대리를 맡지는 않았더라도 채권자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면서 채권자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태평양은 한준성 전 하나은행 부행장이 이끄는 ‘미래금융전략센터’ 소속 회생 전문 변호사들이 채권자협의회에 소속된 채권자 여럿을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티몬 쪽 채권단은 SC제일은행, 시몬느자산운용 등으로, 위메프 쪽 채권단은 SC제일은행, 한국문화진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채권자가 워낙 많아 앞으로 더 많은 로펌이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채무자인 티메프는 7월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법무법인 지평을 선임했다. 지평은 예전부터 티메프 모기업 큐텐그룹의 법률 자문을 맡아왔다. 지평 대리인단 중에선 장품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와 서동천 변호사(변시 2회)가 기업회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평은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형사 고소·고발 대리는 맡지 않을 방침이다. 구 대표의 형사사건 대응은 별도로 법무법인 화우가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등의 원칙’ 내세운 회생법원장
티메프는 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피해 금액이 200만원 이하인 소액 채권자 10만 명(티몬 4만 명, 위메프 6만 명)을 우선 변제 대상으로 하는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법원이 사실상 거부했다.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은 회생 절차상 ‘평등의 원칙’을 들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법원장은 협의회에서 “똑같은 채권인데 소액이라는 이유로 먼저 변제받고, 거액 채권자는 변제받지 못하거나 변제 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0일 2차 협의회 전까지 자구안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로펌 간 두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티메프는 법원과 채권자의 지적을 받아들여 회사 정상화 방안을 우선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이달 말까지 투자 자금 확보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피해 업체를 대리하는 한 변호사는 “충분한 자금을 투입해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신규 법인 설립도, 회생 계획도 모두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협의회 구성원으로 선정되지 못한 채권자들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중소벤처기업부를 상대로 행정부작위·행정입법부작위 헌법소원 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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