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부모님과 함께 베트남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베트남은 여태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몇 년 새 베트남이 일본과 유사할 정도의 인기 여행지로 등극한 걸 보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대체 그 매력이 뭐길래?” 이 질문의 답을 찾아 ‘경기도 다낭시’라고도 불리는 다낭으로 향했다. 베트남 관광청에 따르면 올 1~4월 외국인 관광객 1위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5시간 안팎, 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 것보다 빠르게 베트남에 도착했다. 다낭 공항에서 시내가 불과 10~15분 거리라 이동이 편리했다. 동남아시아 인기 여행지 중 공항에서 선착장으로 이동한 뒤 배로 갈아타거나 경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2시간 느려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니 딱 체크인 시간에 맞춰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석 달 전 2주간 유럽 신혼여행을 하고 온 내게 베트남 후기를 물어본다면? 한마디로 눌러앉아 살고 싶었다. 주된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다낭 날씨는 서울 못지않게 더운데 서울에 비하면 냉방 설비는 아쉽다. 이륜차 문화라 그 더운 날씨에 다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덥고 습하면 불쾌지수가 오르며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지 않나? 다낭에 가니 다들 여유롭고 느긋했다. 분위기에 휩쓸린 걸까? 덥고 습한 날씨에 그저 불쾌하고 지치던 서울 버전의 내가 아닌, 땀 뻘뻘 흘리면서도 그저 신나서 돌아다니는 나를 새롭게 발견했다.
쾌적한 환경이 아님에도 ‘밝고 생생한’ 다낭을 보고 있자니 영상으로만 접해본 1990년대 한국의 모습이 떠올랐다. 콩나물 자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서도 모두가 웃고 있었고, 폭우 속 판자를 타고 노를 젓는 출근길도 제법 즐거워 보였다. 어쩌면 다낭은 한때의 한국, 그때의 나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한적한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현재의 내 표정은 동태와 같다. 어쩌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찌푸린 혹은 영혼 없는 흐린 눈들이 가득했다.
저렴한 물가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한국 돈으로 3000원 정도면 쌀국수 한 그릇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 돈 쓰는 맛이 제법이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이 베트남을 찾는 이유가 단순히 환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여행 때는 뭐가 좋다고 그리 웃을 수 있었는지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현지인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이유인 듯하다.
베트남에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나 보다. 예전보다 지금 더 많은 걸 가졌는데 왜 더 기쁘지 않은지에 대한 해답을 베트남에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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