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초월한 실리콘밸리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의존하는 거대 기술 및 벤처 자본 투자에서 많은 부가 생겨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왜 민주당에 투표할까? 실리콘밸리 성향은 좌우를 초월한다. 포브스 발행인을 지낸 리치 칼가드는 “실리콘밸리에선 모두가 자유주의자”라며 “민주당의 자유주의자나 공화당의 자유주의자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식의 자유주의자를 의미한다.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부유한 젊은 기술자가 자유시장에 의해 배출됐지만, 이들은 기술 혼란으로 인해 ‘피해자’가 된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거대 정부의 이상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보적인 꿈을 추구한다. 구글에선 알고리즘 오류로 트럼프에 대한 검색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관련 뉴스가 나오지만 그 반대는 나오지 않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보편적 기본소득에 자금을 지원한다. 또 AI 규제를 위한 ‘글로벌 연합’을 원한다. 실리콘밸리 명예회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좌파 성향이 강한 시애틀에 있다.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만, 실리콘밸리 숙적인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이 그를 대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PAC(정치활동위원회)에 700만달러를 기부했지만, 넷플릭스는 때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인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좌우 모두에 기부했다.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푸른 빛을 띠고 있다. 최근 약 800명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카멀라를 위한 벤처캐피털(VC)’ 서약에 서명했다. 그들은 자유시장 자유주의자로 투자하지만 투표는 진보주의자로 한다. 이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대부분 노조가 없고, 세율이 엄청나며, 암호화폐에 손을 대고, FTC를 싫어하고, 부유세를 반대한다.
텍사스로 이전하는 기업들
보수적인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은 무르익었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다. 칵테일파티에서 보수주의자를 만나면 종종 자신의 견해를 속삭일 뿐이다. 거대 자본가들은 트럼프 지지로 유혹할지 모르지만 실리콘밸리 직원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캘리포니아 진보주의에 대한 부담 때문에 텍사스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더 보수화하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원제 ‘Is Silicon Valley Turning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