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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연달아 발의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에스크로 전면 도입과 정산 주기 단축 등 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두고 플랫폼 업계에선 규제 일괄 적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14일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바라본 티메프 사태와 해결방안’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엔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여행 예약 플랫폼), 오현석 온다 대표(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온라인 명품 플랫폼), 김동환 백패커 대표(수공예품 커머스 플랫폼)이 참석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티메프 사태에 대해 피해를 본 스타트업도 많다. 규제를 반드시 반대하기보다는 건설적인 토론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간담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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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티메프 사태에 대한 각자의 견해와 현재 처한 입장은.
-온다 오현석 대표: 국내 2만여개의 중소형 숙박업체들의 유통 채널 플랫폼 온다를 운영하고 있다. 티몬의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를 키웠으나, 티몬에 국내 숙박 상품을 독점으로 납품하는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피해 규모가 수십억에 달하는 피해자 입장이기도 하다.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 올해 14년차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을 운영 중이다.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서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머스트잇의 입점업체 중에서도 티메프에 입점해 정산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 이분들이 정산자금을 받지 못하면 매입을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전체 공급수량이 줄어들어 우리 같은 플랫폼에서 더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는 간접적인 피해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영향이라고 보는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플랫폼 전체가 소비자들의 우려와 정부의 지나친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백패커 김동환 대표: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와 클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 디자인 커머스 텐바이텐을 운영하고 있다. 백패커 역시 티메프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대금이 3600만원 정도로, 스타트업엔 큰 규모다. 우리는 정산대금을 못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업체에 정산을 해드리고 있는데, 잠재적인 규제 대상으로 거론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는 다른 커머스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주문제작 형식이기 때문에 주문~제작~발송까지 2주 이상 걸리는 제품, 한달 이상 걸리는 제품도 있는데, 이런 것까지 일괄적으로 묶여 같은 정산기한을 적용받는 것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커머스 플랫폼의 본질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 노는 놀이터 안에서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상품, 서비스를 사고 파는 것이다. 이 놀이터 안에는 이미 다양한 규제가 존재하고,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큰 플랫폼이 자본과 데이터를 쥐락펴락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작은 신생 플랫폼, 혁신 플랫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논의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Q. 에스크로 도입 의무화에 대한 견해는.
-백패커 김동환 대표: 백패커는 현재 모든 서비스에 에스크로를 도입하고 있지는 않고 현금결제 일부에 에스크로를 도입하고 있는데, 서비스 특성상 에스크로가 맞지 않는 영역도 있다. 아이디어스의 경우, 절대 건드리지 않는 두 가지 자금이 부가세와 정산 예수금이다. 다만 일부 기업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 현재 에스크로를 도입하고 있지는 않으나 채무지급보증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신한은행에 일부 금액을 예치하고, 우리가 혹여 이 채무에 대한 지급을 못하게 될 경우 신한은행에 예치한 자금으로 지급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에스크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어느 정도의 금액을, 어느 정도의 비율로 예치할 것인가에 대해 현업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정산대금을 가지고 있다가 취소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환불을 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모든 정산대금을 제3기관에 예치한 상태에서 그 업무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구축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해 많은 시스템 구축 비용과 관리 비용이 수반된다. 사실 플랫폼 자체가 에스크로 역할을 한다. 판매자와 고객이 직접 거래를 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객이 구매를 확정했을 때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에스크로의 본질이라고 하면 플랫폼 자체가 에스크로 역할이다.
-온다 오현석 대표: 온다는 에스크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아니다. 다만 이 사태의 피해기업으로서 말씀드리면 걱정이 앞서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예수금이나 가수금을 잘 운영해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하고 그것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커가는 것이 플랫폼이다. 이번 사태는 경영의 실패라 또는 모럴해저드라고 볼 수 있는데 한 기업의 문제 때문에 이런 제도가 생기는 것이 맞는지 우려된다. 여행 스타트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제재가 생기면 혁신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어렵고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려울 것이다.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여행 플랫폼으로서 말씀드리면 소비자들이 숙박상품을 예약할 때는 보통 30일전, 60일 전 등 미리 예약하게 되고 이중 50%는 예약을 취소하고 더 저렴한 플랫폼으로 예약을 이동하게 된다. 이 구조 안에서 PG사를 통해 우리에게 들어온 결제대금 가운데 50% 금액에 취소가 발생한다고 하면, 에스크로가 도입되었다고 했을 때 취소 금액을 누가 부담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한 우리는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 파트너사에게 고객이 체크아웃한 즉시 대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고객이 서비스를 경험하는 즉시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에서 에스크로가 어떻게 도입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의 규제는 우리가 앞으로 경쟁해야 하는 수많은 해외 플랫폼에게는 적용될 수가 없고, 그 국가와 도시에 동일한 규제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Q: 정산기한 단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브랜드 파워가 약한 작은 플랫폼은 시장에서 큰 플랫폼들과 경쟁하기 위해 차별화 측면에서 정산주기를 자체적으로 줄여왔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시장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들은 지금 정산주기가 어떠한가? 그리고 그들을 핀셋으로 규제한다고 했을 때 정산주기를 어느 정도로 단축해야 하는가?' 정산주기 단축을 도입하려면 이러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 또한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는 글로벌 플랫폼들까지 이 정산주기를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백패커 김동환 대표: 같은 이커머스라고 해도 핸드메이드의 경우 제작이 2주, 한 달, 세 달 등 다양한 기한에 소요된다. 각 플랫폼마다 판매하는 재화가 다양하고 소비자가 다른데 획일화된 정산주기로 규제가 도입된다면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고, 현재 어떤 업종, 영역들이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재무상황(유동성, 부채비율 등)이 불건전한 플랫폼에 누군가 경고를 줘야 하는건 아닐까.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사실 이번 사태에서 문제는 티메프 같은 곳들이 감사의견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았음에도 2년, 3년 동안 시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이 다양한 기업들과 거래를 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기업과 기업은 계약을 기반으로 거래하고 있고, 정산주기 역시 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실 한쪽이 정산주기를 지속해서 위반했다면 그 기업과는 거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 티메프가 정산주기를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자들은 티메프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온다 오현석 대표: 공급자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공급채널이 60여개에 달하다보니 그 채널마다 정산 주기가 다 다른데, 정산주기라는 것이 어떻게 협의됐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힘의 논리가 적용된 것이다. 공급자의 힘이 세면 정산주기가 빨라지고 플랫폼의 힘이 세면 정산주기가 줄어드는데, 티메프 같은 경우도 오래전부터 우리가 거래해왔지만 수시로 정산주기가 길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메프에서 거래액이 늘어난 우리 같은 기업은 협상력이 줄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저와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셀러와 소비자들 역시, 경제, 금융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플랫폼 경제에 참여하지만 거래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고할 만한 적절한 시점에서의 경고나 모니터링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 이번 사태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고 우리가 규제대상이 되었지만, 그렇다해도 그저 규제의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일은 과거에도 숱하게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괄 규제는 위험하다. 현재도 위험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하고, 이런 기업들에 대해 감사 제도를 통해 불건전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어떠한 의견을 내는 것에 그치고 대부분의 유통사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회사는 현재 이러한 유동성 위기가 있다거나, 불건전한 재무상태에 있다는 것을 고지하는 제도가 있다면 입점사가 이를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건전할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