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당시 기억을 잃은 정황을 인정받아 무죄 판정을 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5단독(지혜선 부장판사)은 사고 후 미조치(도로교통법), 도주치상(특가법) 등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 대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도주치상 혐의는 공소 기각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발생으로 뇌전증 발작이 일어나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인근 도로에서 카니발 차량을 운전하다 앞선 모닝 차량 후미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부딪힌 모닝 차량은 사고 충격에 앞으로 밀려나 전복됐고, 피해 차량 운전자는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가 검토한 증거에 따르면 그는 모닝 차량을 들이받았음에도 몇 초간 서행하다 평온하게 주행하는 모습을 보여 현장을 이탈해 도주하는 운전자로 보기에는 다소 이례적인 행태를 보였다.
또 모닝 차량이 사고를 당한 후 앞으로 빠르게 밀리자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연석과 충돌 후 전복됐고, 이는 결국 A씨의 시야에서 사라져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따.
A씨는 "뇌전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데, 사고 당시 물리적 충격에 부분 발작이 발생해 기억이 소실돼 사고 사실을 몰랐다. 뒤늦게 지인이 알려줘 차량이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A씨의 지인도 "사고 직후 만난 A씨 차량이 심하게 찌그러진 것을 발견하고 말해줬더니, 피고인이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 "A씨가 최초 전방 주시의무 위반으로 사고를 낸 것은 사실이다.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특례법상 이 부분은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기각 결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