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단단하네.”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K-디스플레이 2024’. 행사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삼성디스플레이 부스는 종일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로봇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식칼로 내리치고 물에 빠뜨리는 ‘익스트림 로봇 챌린지’를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 로봇이 아무리 큰 쇠구슬을 떨어뜨려도 디스플레이는 끄떡없었다. 이 퍼포먼스는 차세대 폴더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내구성을 알리기 위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낸 아이디어였다.
맞은편 부스에서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195㎝ 투명 OLED와 자율주행차용 슬라이더블(천장에 넣었다가 자동으로 내려오는 형태) OLED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구부러지는 삼성 OLED
이날 행사는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삼성은 ‘인공지능(AI)으로의 여정: OLED의 도약’을 주제로 AI와 관련한 총 42종의 혁신 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은 고객이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소비자용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방향이 아니라 위아래 두 방향으로 접을 수 있는 플립형 폴더블 ‘플렉스 인앤아웃’, 두 번 접을 수 있는 ‘플렉스S’, 폴더블과 슬라이더블 기술을 결합한 ‘플렉스 하이브리드’ 등이 그런 제품이다.
미래 연구소 콘셉트로 조성한 ‘라운드 랩’에선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형 OLED를 소개하고, 다양한 콘셉트의 OLED 제품을 대중에 처음 공개했다. 3.8㎝ 원형 OLED가 장착된 스마트 키와 구부릴 수 있는 15.7㎝ OLED가 적용된 스마트 워치 ‘클링밴드’ 등이 대표적이다. 확장현실(XR) 헤드셋의 핵심 기술로 불리는 올레도스(OLEDoS) 신기술도 공개됐다.
체험형 전시 프로그램도 관심을 끌었다. ‘AI 아트 스튜디오’에선 AI가 관람객을 촬영해 3차원(3D) 아바타를 제작한 후 벽에 설치된 삼성 노트북과 모니터, TV로 송출했다. 현대미술가 고상우와 협업해 멸종 위기인 지리산 반달 가슴곰 영상을 상영한 AI 프로젝트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전시회에 참석한 최 사장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는 차량용 OLED에 올인
LG 부스의 주인공은 투명 OLED 전시존과 자율주행 콘셉트카가 설치된 차량용 OLED 전시존이었다. 투명 OLED 작동법을 묻는 방문객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직원들은 쉴 틈이 없었다.그 옆에 들어선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타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LG가 만든 콘셉트카엔 세계에서 가장 큰 차량용 디스플레이 ‘57인치 필러투필러 LCD(액정표시장치)’와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 등이 장착됐다. 필러투필러 LCD에는 조수석 앞 화면이 운전석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인 ‘SPM’(Switchable Privacy Mode)이 적용됐다. 슬라이더블 OLED는 평소 뒷좌석 천장에 화면이 말린 상태로 숨겨져 있다가 탑승객이 원할 때 아래로 펼칠 수 있다.
LG는 차량용 OLED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20% 밝고 전력을 20% 덜 쓰는 자동차용 3세대 탠덤 OLED를 벤틀리, 제네시스, 캐딜락 등 12개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햇빛 아래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5000니트(1니트는 촛불 한 개 밝기) 수준의 차량 외장용 디스플레이도 2026년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과 AI 구현에 최적화된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현재 10% 수준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