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조성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은 40년 가까이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사랑 받는다. 한국 추상조각 거장인 문신의 ‘올림픽 1988’부터 세자르 발다치니의 ‘엄지손가락’ 등 걸작들이 자리잡은 조각공원부터 소마미술관, 몽촌토성 등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녹지란 점에서다.
무엇보다 올림픽 때 쓰였던 주요 경기장들이 공연장으로 활용되며 클래식부터 K팝까지 굵직한 콘서트가 열리는 공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내공연장인 KSPO(체조경기장)의 경우 에릭 클랩튼, 스티비 원더, 휘트니 휴스턴 같은 해외 스타들이 내한 공연을 펼쳤고 방탄소년단(BTS)도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런 올림픽공원의 문화예술 향유 기능이 한층 강화된다. 정부가 공연·예술계와 머리를 맞대고 공연 인프라, 관람 여건 손질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낡은 시설과 대관 방식 개선 등을 통해 올림픽공원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오후 올림픽공원에서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장을 비롯해 공연기획사, 학계 등 관련 전문가 30여 명과 올림픽공원 복합문화예술공간 활성화를 위한 공연업계 전문가 간담회를 연다. 문체부는 이 자리에서 공연업계에서 줄곧 제기돼 왔던 불편사항을 청취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재 올림픽공원에 있는 9개의 시설 중 스포츠 시설(올림픽수영경기장, 벨로드롬, 테니스경기장)과 전시 공간(소마미술관)을 제외한 KSPO돔과 핸드볼경기장, 우리금융아트홀, 올림픽홀, K-아트홀 등 5개 시설은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이 낡고, 대관방식이 공급자 중심이라는 공연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가 파악한 애로사항은 대표적으로 촉박한 공연 준비 시간이다. 정기대관 공모가 대관 시기로부터 약 5개월 전에서야 시작돼 주최 측이 공연을 준비하고 홍보마케팅할 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또 야외 축제가 자주 열리는 88잔디마당의 경우 주변 민원과 잔디 보호를 위해 대관 횟수가 줄어든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문체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개략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 내에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시설 개선에 대해선 내년 연구용역을 진행해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한다.
문체부는 현재 벨로드롬(자전거 경기장·5000석), 테니스경기장(1만 5000석)이 2026년 개관을 목표로 공연도 가능한 다목적스포츠문화시설로 리모델링 중인 만큼, 이번 간담회를 통해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공연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