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를 위한 청문회는 야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을 담당했던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을 언급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권익위원장 출신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난 9일 김건희 명품백 수수 청탁금지법 위반 사안을 조사하던 실무책임자 권익위 국장이 유명을 달리했다"며 "고인은 평소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전도유망한 젊은 국장이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어 "그는 생전 권익위의 김건희 명품백 사건 조사 종결 처리 이후 지인과 대화에서 '권익위 수뇌부가 이 사안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김건희, 윤석열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 1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 정무위원을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무위원장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라 청문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고성 항의가 터져 나왔다. 회의 주제와 연관이 없는 발언을, 왜 정무위가 아닌 법사위에서 꺼내냐는 취지였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송 의원은 "법사위에서 할 의사진행발언이 아니지 않나", "본인이 이런 말 할 자격 없다", "본인은 기여 안 했나", "여기는 정무위 아니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전 의원은 "죽음을 밝히자는 것", "입 다물고 가만히 계시라",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고성을 질렀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김 여사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거들었다.
정회 뒤 속개된 회의에서 전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송 의원이 끼어들어서 '본인부터 반성하세요', '본인이 그분에게 고생시킨 것 생각하세요'라고 발언했다. 저한테 하는 얘기라고 생각이 든다"며 "유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발언이고 동료 위원인 저를 모욕하고 억울한 살인죄의 누명을 씌우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향해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반드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정 위원장은 "객관적으로 말씀드리겠다. 송 의원의 발언은 대단히 모욕적이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고, 사과를 받아달라는 전 의원의 주장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송 의원은 이 부분에 사과하라. 사과하겠다면 발언권을 주고, 사과하지 않겠다면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공정한 진행을 해달라"며 "(전 의원이) 김 여사가 살인자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정 위원장은 송 의원에게 2차 경고를 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의원은 회의 주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권익위 간부 사망과 관련한 발언을 꺼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김건희가 살인자', '김건희, 윤석열이 죽였어요'라는 극언을 쏟아부었다"며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으로 이용하려는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도한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