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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12일 (현지시간) 밤에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전 트위터)에서 자신이 지지한다고 밝힌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후보와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이 날 미국증시에서 테슬라(TSLA) 주가는 2.2% 하락한 195달러에 거래중이다.
전기차(EV)를 통해 세계 최대의 부를 축적한 머스크가, EV의무화 정책 폐지와 EV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로 주주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로비 기록과 테슬라의 연방 및 주 규제 기관에 대한 공개 발언을 검토한 결과, 테슬라는 EV의무화와 EV에 혜택을 주는 공공 정책을 형성하기 위해 연방 정부와 주정부에 올해초까지는 로비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에 테슬라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제출한 서류에서 캘리포니아가 미국 전역보다 더 엄격한 차량 배출 규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바이든 정부에 촉구했다. 재무부에 제출한 2월 보고서에서도 "화석 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대중 건강과 복지를 위해 지속적인 정부 지원을 주장했다.
2023년 7월 EPA에 제출한 문서에서는 “2035년까지 미국내 신형 가솔린 자동차 생산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이 조치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등 미국 우파가 ‘EV의무화’라며 강력히 비판해온 주장이다.
머스크는 수년전에는 트럼프가 기후 변화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 임기초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리 협정에서 탈퇴했다는 이유로 백악관 자문 위원회에서 사임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때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대결할 때는 힐러리 클린턴을,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결한 2020년에는 바이든에 투표했다고도 명확히 밝혀왔다.
그러다 최근 몇년사이 트위터에서 정치적 발언을 늘리면서 민주당을 비판했고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실패한 직후인 7월초 트럼프 지지를 확고하게 밝혀 EV에 특히 비판적인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정책 리스크가 부각됐다.
머스크가 바이든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은 2021년 백악관이 주최한 EV 제조업체 모임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국에서 팔리는 전기차 대부분이 테슬라인데도, 바이든은 레거시 자동차업체인 GM과 포드 등을 챙겼다. 그 해 12월부터 머스크는 바이든의 정책과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에 있어서 배출 규제 강화는 단순히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테슬라는 이른바 ‘규제크레딧’ 판매로만 2018년 이후로 약 90억달러(12조3,400억원)를 벌었다. 이는 미국 연방 및 주정부의 점점 더 엄격해지는 배출 규정을 통과한 제조업체에 수여되는 것으로 테슬라는 이 크레딧을 배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GM과 스텔란티스 등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에 판매해왔다.
배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테슬라가 경쟁사에 크레딧을 판매하는데 도움이 된다. 7월 증권 신고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분기에만 크레딧 판매로 8억 9,000만 달러(1조2,200억원)를 벌어들였다. 지난 분기 테슬라의 순이익 15억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배출 규제 강화는 장기적으로 전기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는 배출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EV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에도 비판적이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가까워진다 해도 전기차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이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석유 메이저와 석유관련 산업들,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각종 운송수단 생산업체들이 지지기반인 트럼프와 공화당은 오래전부터 배출규정 강화 반대와 EV보조금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장기적 비전에 대한 믿음으로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테슬라 주주들도 머스크의 행보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분기에 테슬라 지분을 약 5,800만 달러 보유한 투자자인 로스 거버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자신의 재정적 이익뿐 아니라 클린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인 테슬라의 이익과도 상반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머스크의 자기모순적 행태에 대해 머스크가 테슬라의 단기 이익을 희생해 더 큰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하이 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앤드류 워드는 “인공지능에서 우주 탐사, 신경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 머스크에게 테슬라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머스크가 장기적 야망과 이익을 위해 "테슬라의 단기 이익의 일부를 희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 야망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기후 변화를 늦추자는 이념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팔아 세계 최고 부자가 됐지만 이제는 기후 변화를 부인하고 EV산업을 위축시킬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머스크의 자기 모순은 주주들에게는 풀기 힘든 딜레마가 됐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