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미약품만 외부에 주로 알려졌는데 사실 온라인팜, JVM 등 글로벌 수준의 계열사들이 여럿 있다. 이들의 성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과제 13가지를 선정했고 세부 조정 중이다. 8월 말이나 9월 초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13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소액주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 보이자 지난달 26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에 이어 이날 임 대표도 소액주주와의 면담 자리를 마련했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 계열사 대표를 만나고 외부 컨설팅 등을 거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기타 손자회사의 구조는 계열사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 힘든 구조"라며 "인수합병(M&A)이나 구조 개편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해 한미약품그룹이 국내 1위가 아닌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 대표가 외부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외부 투자유치가 언론 등엔 해외 매각 등의 자극적 프레임으로만 비춰졌는데 회사의 전체 지배구조를 고쳐나가는데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연구개발(R&D) 과제를 성공시키는 수준이 아닌 그룹사 전체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상속세 문제에 대해서는 가족간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상속세로 인해 불거지는 오버행·마진콜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오늘 소액주주 면담을 통해 이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소액주주 측은 대주주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과 형제 중 주가 부양에 적극적인 쪽을 지지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상속세 이슈 해결이 우선이므로 형제 측이 이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주가 부양 의지를 직접 보여주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면담에서 임종훈 대표는 임시 주총으로 양측간 지분 경쟁이 일어나면 장내매수, 공개매수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은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잡고 대주주연합을 결성한 뒤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변경하는 안건과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하는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현재 이사회는 형제 측이 5대4로 유리한데 추가 이사 선임을 통해 과반을 선점해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형제 측이 반발하며 서로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 주총에서 다시 한번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하려면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모녀 측은 66.67%을, 형제 측은 33.34%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시에 따르면 대주주연합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48.19%를 확보했다. 형제 측은 우호지분율은 29.07%로 집계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