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의 수입사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화재 발생 차종인 벤츠 전기차 EQE 350 전 차종과 최상위 전기 세단 모델 EQS 일부에도 중국산 파라시스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전기차 8개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지난 1일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일어난 지 12일 만이다.
불이 난 전기 세단 EQE의 경우 300 트림에만 중국 업체인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나머지 350+, AMG 53 4MATIC+, 350 4MATIC에는 화재 차량에 탑재된 파라시스 배터리가 적용됐다. 최상위 전기 세단 모델인 EQS 350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EQS의 나머지 트림에는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이날 공개된 모든 모델의 약 80%가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 세단인 EQC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EQA에는 CATL·SK온 배터리가, EQB에는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QE SUV 500 4MATIC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350 4MATIC에는 CATL 배터리가 사용됐다. EQS SUV와 마이바흐 EQS SUV는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벤츠 코리아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것은 EQE 화재가 발단이 됐다. 해당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중국에서 화재를 이유로 리콜 전력이 있던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였다는 게 드러나면서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 2021년 중국에서 3만여대가 리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배터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터리를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벤츠코리아는 "모든 벤츠 전기차 배터리(배터리 팩)는 벤츠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서 생산된다"며 "배터리 셀은 벤츠의 다양한 제조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사, 유관기관, 국토교통부 등과 논의가 완료돼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벤츠 그룹은 지분 9.98%를 가진 중국 베이징차가 1대 주주다. 2대 주주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이 소유한 투자회사 TPIL로 9.69%를 들고 있다.
뒤늦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배터리 공개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먼저 했고 그 뒤로 BMW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등도 배터리 제조사의 자발적 공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국내 주요 완성차 제조·수입차 업체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어 배터리 제조사 사전 공개 등에 대한 입장을 청취한다. 앞서 국토부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벤츠 전기차 EQE에 대한 전수 점검을 벤츠코리아에 권고했고 벤츠코리아는 이 자리에서 이러한 점검 권고를 수용할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