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지표에선 미국 경제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미국인들은 약 60%가 이미 경기침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체(recession)’와 체감 경기를 뜻하는 ‘분위기(vibe)’를 합쳐서 ‘바이브세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체감경기는 이미 침체
12일(현지시간) 미국의 금융서비스 회사인 어펌에 따르면 6월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미국 경기를 침체 상태라고 보고 있었다. 복수 응답 기준으로 미국이 불황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68%가 생활비 상승을 꼽았고, 친구 혹은 가족들이 돈에 대해 불평하는 것(50%)을 다음 이유로 응답했다. 친구들이 지출을 줄이는 것을 눈치채서(36%),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해서(20%) 등의 다른 이유도 함께 언급했다.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15개월 전, 대략 2023년 3월에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경기 침체가 금방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2025년 7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어펌의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인 비샬 카푸어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재정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시급히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체감 경기가 나빠지면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89%는 재정 관리에서 예측 가능한 월별 예산계획을 세우는 걸 해결책으로 봤다. 또 10명 중 6명(63%)은 이자 비용을 포함한 총 구매 비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절반 이상(54%)이 ‘선구매 후결제’ 옵션을 사용했거나 사용할 의향이 있으며, 절반 가까이(45%)는 이러한 옵션이 예산을 지키고 재정을 관리하기 쉽다는 데 동의했다.
“실제는 골디락스”
이와 관련해 미국 자산관리 서비스 회사인 세테라 파이낸셜그룹의 진 골드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우리는 ‘골디락스’ 경제에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는 경기 침체를 “경제 활동의 전반에 걸친 현저한 감소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정의하며, 마지막 경기침체는 2020년 초였다.미국 상무부는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연이율 2.8%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1.4%)의 두 배로 다우존스 전문가 예측치(2.1%)를 0.7%포인트 웃돌았다.
실제 경기지표와 체감경기와의 괴리를 두고 JP모간체이스의 글로벌 리서치 총괄인 조이스 창은 5월 CNBC 금융 고문 서밋에서 “지난 몇 년간 부의 창출은 주택 소유자와 고소득 계층에 집중 되었다”며 “하지만 아마도 인구의 약 3분의 1은 그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그런 괴리가 생기는 이유다”고 분석했다. 주택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높아진 임대료와 대출 비용 등으로 재정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골드먼 CIO는 “(겉에선) 모든 것이 좋아 보이지만, 표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부유층과 비부유층 사이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고금리가 미국 소비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가 1500조원대를 넘어서고 연체율도 13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2분기 1조14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70억달러(5.8%) 증가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팬데믹 발발 직후 감소했다가 2021년 이후 증가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작년 2분기 7.2%에서 올해 2분기 9.1%로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90일 이상 장기 연체율도 작년 2분기 5.1%에서 올해 2분기 7.2%로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특히 18∼29세 젊은 층의 카드 장기 연체율이 10.5%로 가장 높았고, 30∼39세도 9.7%로 뒤를 이었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카드 대금 상환을 늦추거나 아예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