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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마틸다'와 달라"…새단장 마친 '애니', 5년만 컴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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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애니'가 새 단장을 마치고 5년 만에 돌아왔다. 아역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볼거리에 따뜻한 메시지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낸 무대 위에서 '고전의 힘'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NC문화재단 프로젝토리에서 '애니'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제작사 YNK홀딩스의 대표인 이병길 총괄 프로듀서, 장소영 음악감독, 신선호 연출·안무감독을 비롯해 배우 최은영, 곽보경, 남경주, 송일국, 신영숙, 김지선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애니'는 해롤드 그레이의 소설 '작은 고아소녀 애니'를 원작으로 하며,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와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어플라우즈', '바이 바이 버디'의 찰스 스트라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이다.

대공황 시대, 희망을 잃지 않는 소녀 애니와 갑부 올리버 워벅스의 연대를 그린 뮤지컬 '애니'는 11년간 부모의 편지를 간직한 고아 애니와 재기발랄한 아이들의 희망 넘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돈을 노리는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과 남동생 루스터, 워벅스의 따뜻한 비서 그레이스 등 개성 넘치는 어른들이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 32개국에서 공연되며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았다. 한국에서는 1984년 첫선을 보였고, 한국어 초연은 2006년 공연됐다. 2019년 재연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애니'는 5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과 돌아왔다. 2019년 '애니' 공연을 비롯해 '피맛골 연가', '그날들' 등의 장소영 음악감독과 '그날들', '마리 퀴리' 안무감독을 맡았던 신선호가 의기투합했다. 애니 역을 비롯해 무려 20명의 아역배우가 캐스팅 직후 6월부터 아크로바틱 등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위한 맹연습에 돌입했다.

이병길 총괄 프로듀서는 "'애니'의 제작을 맡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애니' 제작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아이가 오디션에 신청했다. 역량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함께하게 돼 놀라기도 했고, 우리나라 뮤지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 제작하는 데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YNK홀딩스의 첫 작품으로 '애니'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작품을 어릴 때 책으로 접했다. 어려운 시기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고, 많은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는 행복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2019년에 '애니' 음악감독을 했었는데 따뜻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욕심이 많이 났다. 이번 기회에 같이 하게 돼 새롭게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이 나오긴 하지만 일상이 바쁜 현대인들이 한 번쯤 쉬면서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새로운 프로덕션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이 작품을 하게 되면 작품을 훨씬 더 발전시킬 수 있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명랑한 고아원 소녀 애니 역에는 최은영과 곽보경이 273명의 경쟁자를 뚫고 발탁돼 화제가 됐다.

최은영은 "사실 애니가 될 줄 몰랐다. 내가 키도 크고, 애니라는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디션 합격 공지가 와서 너무 신났다.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폴짝폴짝 뛰었던 게 생각난다"고 전했다.

곽보경은 "오디션장에서 만났을 때 최은영은 공연을 한 번 해본 경험이 있는 선배님이라서 영광이었다. 인사도 잘하지 못 하는 사이였는데 오디션에 붙고 계속 만나다 보니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같은 배역,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조금 더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거의 베스트 프렌드이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애니의 희망이 되어주는 인물, 억만장자 워벅스 역은 남경주와 송일국이 맡는다.

남경주는 '애니' 한국 초연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20대 때였다"고 회상한 그는 "39년 만에 다시 이 작품에 출연하는 거라 감회가 새롭다. 특히 그땐 워벅스 집의 하인 중 한 명인 역할이었는데 이번에 워벅스를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경주는 "어린 배우들에게 뒤처지면 안 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동시에 "내가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다. 같이 텀블링도 하면서 아역 배우들과 친해져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세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삼둥이 아빠' 송일국은 "스무명 딸들이 캐스팅돼 너무 행복하다. 난 사실 딸이 갖고 싶어서 이름까지 '우리', '나라'로 지어놨었다. 매일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표했다.

남경주와 더블 캐스팅된 것 또한 "영광"이라고 했다. 송일국은 "남경주 선배님과 더블 캐스팅됐다는 말을 들은 아내의 첫 마디가 '당신 성공했네'였다. 뮤지컬 배우로서 존경하는 선배님과 같은 작품에서 더블 캐스팅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애니에게 위기가 될 고아원 원장 해니건 역에는 신영숙과 김지선이 캐스팅됐다.

신영숙은 "TV를 보다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가 나오면 계속 보게 되지 않냐. 수백번 반복해서 봐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다른 걸 틀지 않고 멈춰서서 보게 되는 작품이 있는데, 내겐 '애니'가 그렇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악역을 맡았을 때 아주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악역을 맡으면 사랑받지 않을까 해서 도전했다. 다만 어린아이들을 과하게 괴롭히는 경향이 있어서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재미있고, 코믹하게, 아역 배우들이 빛날 수 있도록 즐겁게 분위기를 맞추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지선 역시 "오늘 아역 배우들을 처음 봤다. '앞으로 너희를 괴롭힐 아줌마'라고 하니까 해맑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저희 어제 해니건 괴롭히는 안무 배웠어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난 원래 아이들과 장난을 치는 편이라 '티키타카' 하며 즐겁게 연습할 예정이다. 많이 당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새로운 프로덕션과 다시 시작하는 만큼, 창작진들은 변화를 강조했다. 신선호 안무감독이 안무와 함께 연출을 맡았다는 자체가 작품의 변화를 불러오는 요소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아크로바틱 등 역동성을 강조한 퍼포먼스가 작품을 끌고 나갈 전망이다.

장 음악감독은 "안무가 출신인 신선호 감독이 연출하기 때문에 안무의 장점이 잘 녹아있다. 워낙 탄탄한 드라마에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안무가 들어와서 쇼뮤지컬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주로 공연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연출은 "이번에 안무감독에 더해 새롭게 연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무게감도 있고 떨리고 긴장된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면서 "무대에서 입체적인 미장센, 퍼포먼스와 그에 어우러지는 드라마를 유기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 안에서의 배우들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무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지금도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고, 기대 이상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에서 20명의 아역 배우들이 '하드 노크 라이프(Hard Knock Life)'를 완벽한 호흡으로 표현해 놀라움을 안겼다. 여러 차례의 텀블링도 거뜬히 해내 박수를 받았다.

신 연출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까지 전부 초등학생"이라면서 "아크로바틱은 무조건 시키지 않고 트레이닝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아이들이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기초부터 트레이닝을 받았다. 사실 오디션 볼 때부터 친구들이 기본적으로 아크로바틱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 더한 기술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장 음악감독은 "무대 위에서 모두가 놀랄만한 퍼포먼스들이 진행될 거라 믿는다"고 맞장구쳤다.

이 밖에도 신 연출은 기존 '애니'와의 차별점에 대해 "고전의 클래식함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해 지금의 관객들에게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게 왜 명작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클래식함을 가져가되 무대의 미장센 세트는 매체 영상, LED 영상 등을 활용해 입체적이고 유기적으로 보이게 하려 했다. 또 굉장히 빠른 진행으로서 입체감을 많이 넣었고, 대본도 그 시대적 언어가 많아서 요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뉘앙스로 많이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아역 배우들이 등장해 고난도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의 작품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남경주는 "'빌리 엘리어트'나 '마틸다'하고는 약간 색깔이 다른, 아역들이 돋보이는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영숙 역시 "고전이 주는 감동을 모두가 느끼실 수 있을 거다.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애니'에 많은 기대를 갖고 오시면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가실 것"이라고 했고, 송일국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많은 볼거리를 보여줘서 감동과 더불어 재미까지 있다. 어른이 즐기기에도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했다.

'애니'는 오는 10월 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해 같은 달 27일까지 이어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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