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이 내수 침체에 휩싸였다. 지난 2분기 서울과 경기, 인천 모두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소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업생산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은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발표했다.
소매판매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울산이었다. 이어 인천(-7.2%)과 서울(-6.8%), 경기(-6.4%) 등 수도권 지역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소매판매가 증가한 지역은 충남(4.0%)과 충북(0.7%)뿐이었다. 통계청은 “울산과 인천, 서울은 승용차·연료소매점 등의 판매가 줄면서 소매판매가 감소했다”고 했다.
또 다른 내수 지표인 서비스업생산은 제주(8.9%)와 인천(4.0%), 울산(2.5%)에서 증가했지만 세종(-2.3%)과 전남(-1.8%), 경남(-1.7%) 등은 줄었다. 서울(1.7%)과 경기(0.3%), 인천(4.0%) 등 수도권은 서비스업생산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그 폭이 작았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수도권에서 내수 침체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전국적으로 보면 소매 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증가한 지자체는 충북 뿐이었다.
수출 실적은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35.5%)와 충남(16.9%)에선 ‘수출 훈풍’이 크게 불었지만, 대구(-22.3%)와 전북(-13.1%), 광주(-6.7%)의 수출 실적은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 통계청은 “경기와 충남에선 메모리 반도체와 기타 집적회로 반도체·부품 등의 수출이 늘었다”며 “대구와 전북에선 기타 유기·무기화합물, 기타 일반기계류, 프로세서·컨트롤러 등의 수출이 줄었다”고 했다. 반도체가 수출 성적표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