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단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11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자는 "구조대가 화재를 진압 중"이라면서 "화재로 인해 폭발 가능성은 없으며 냉각탑에 난 불이 발전소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인근 도시 에네르호다르에 공격을 가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이 '핵테러'를 저질렀다고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 불을 지르고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필요시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핵재난을 안겨줄 수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화재로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포리자 원전에 있던 IAEA 팀이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냉각탑 화재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받았다며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 러시아 측에 점령됐다. 같은 해 9월 원자로 6기 모두가 '냉온정지' 상태로 전환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