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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상어'도 적자…K캐릭터 암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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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상어'도 적자…K캐릭터 암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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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캐릭터산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 라인 캐릭터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아이피엑스 등이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밀고 있는 카카오는 해외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유아와 이모티콘 등 일부 시장에 집중해온 ‘K캐릭터’ 성장 공식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더핑크퐁컴퍼니 매출은 2022년 1170억원에서 지난해 946억원으로 19%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억원에서 적자 전환(영업손실 32억원)했다. 올해 1분기 1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를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이전만큼 수익을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회사 지분 16.79%를 보유한 삼성출판사가 해당 지분 가치(장부가액)를 925억원에서 702억원으로 낮춘 것도 어려워진 업황을 감안한 것이다. KDB캐피탈도 더핑크퐁컴퍼니의 지분 가치를 2022년 240억원에서 지난해 88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캐릭터산업의 어려운 상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하는 캐릭터산업 사업전망지수(CBI)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지수는 95.6점. 코로나19 유행이 절정이던 2021년 하반기(92.9점)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00.6점, 하반기엔 99.7점이었다. 이 지수는 콘텐츠 사업체 154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 전망 설문을 토대로 작성한다.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던 업체도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라이언’을 앞세운 카카오프렌즈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해외 캐릭터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카카오IX는 올 1분기 중국법인을 정리했다. 영국(2021년), 미국(2022년), 일본(지난해) 해외법인도 잇달아 청산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끌던 네이버 ‘라인’의 캐릭터도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라인프렌즈 사업을 담당하는 아이피엑스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4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년 전(영업손실 260억원)보다 66% 악화한 수준이다.
아동용에 매몰된 K캐릭터…중장년은 건담·바비 찾는다
30대 이상 성인시장 타깃 없어…세계 50위 내 국산IP는 단 2개
규모로 봐도 ‘K캐릭터’는 세계 시장과의 격차가 확연하다. 콘텐츠 특화 위키피디아인 얼티메이트팝컬처에 따르면 국산 지식재산권(IP) 중 누적 수익이 가장 높은 IP는 35위인 ‘던전앤파이터’로 150억달러(약 20조4800억원) 수준이다. 넥슨이 지난 5월 중국에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한 IP다. 전체 50위 내에서 국산 IP는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46위) 2개뿐이다. 게임 기반 IP가 아니고선 콘텐츠 시장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다진 국산 캐릭터가 전무하다는 얘기다.

아동용으로 제작한 국산 캐릭터들이 30대 이상 연령대로 시장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뼈아프다. 아이코닉스가 ‘뽀롱뽀롱 뽀로로’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잔망루피’로 성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정도가 주목할 만한 성과다. SAMG엔터테인먼트도 ‘캐치!티니핑’ 캐릭터를 활용해 지난 7일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을 내놨지만 아동이 타깃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에선 유년기에 접한 캐릭터가 장수하면서 중장년층의 소비를 일으키는 사례가 흔하다. 일본 만화 IP인 ‘드래곤볼’은 1984년, ‘건담’은 1979년 출시됐지만 최근까지도 신작 애니메이션과 굿즈가 나오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는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됐다.

지난해 영화로 흥행한 ‘바비’도 1959년 미국 완구업체 마텔이 만든 인형이 시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둘리 같은 국산 캐릭터는 여러 미디어로 다뤄졌지만 장수 콘텐츠로 이어지진 못했다”며 “인구 구조에 맞춰 소비 연령이 높은 캐릭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사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6월 유튜브 누적 조회수 1000억회를 넘기는 등 사업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2022년 출시한 베베핀, 씰룩 등 신규 IP도 성장하고 있어 이에 따른 온·오프라인 매출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정지은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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