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엘에스와 애니젠이 비만치료제 테마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양사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 사업을 진행 중이며, 수조원 시장에 진출한다는 풍문이 배경이다.
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따르면 전날 대봉엘에스 주가는 지난 6월 1만원대에서 7월에는 1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 달 만에 80% 급등했다가 최근 1만4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같은 기간 애니젠은 1만~1만5000원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비만치료제 테마주로 수시로 언급되는 대표 종목이다. 대봉엘에스는 의약품과 화장품의 원료, 소재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이다. 애니젠은 펩타이드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펩타이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대봉엘에스는 2021년 리라글루타이드 시제품 제조 연구개발 국책과제에 선정됐다. 이와 동시에 애니젠과 리라글루타이드의 제조 방법, 합성 기술 개발의 차별성과 혁신성, 국책과제 1·2차연도 계획, 사업화 전략 협의 등을 진행했다. 당시 대봉엘에스 측은 “애니젠과의 협업을 통해 ‘리라글루타이드’의 시제품을 오는 2022년까지 제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대봉엘에스가 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의 합성 기술을 개발하고, 애니젠이 대량 생산을 담당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두 회사는 협력과 관련한 공식 발표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한 매체가 “대봉엘에스가 리라글루타이드 시제품을 생산했으며, 127조원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오보였다. 대봉엘에스와 애니젠은 시제품을 생산한 적이 없다. 의약품 허가에서 시제품은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시제품과 사업화 이후 생산하는 의약품의 품질이 동일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게다가 양사의 협업은 이미 종료됐다. 대봉엘에스에서 합성한 리라글루타이드는 애니젠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대봉엘에스 측은 “약 32개의 아미노산을 결합해 만드는 리라글루타이드의 제네릭을 유기 합성 방식으로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며 “정부 과제는 완료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애니젠과 계속 업무 추진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하루 1회 자가 투여하는 비만치료제이다. 이미 글로벌에서는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이 대세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리라글루타이드의 매출이 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주 1회 투여하는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출은 25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리라글루타이드의 특허가 이미 만료됐다. 현재 미국 화이자, 스위스 산도스(노바티스가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해 스핀오프한 기업), 이스라엘 소재 다국적 제약사 테바 파마슈티컬스, 비아트리스(옛 마일란과 화이자 업존의 합병 기업) 등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펩타이드 의약품이다. 제네릭이라고 하더라도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펩타이드 의약품을 케미칼 제네릭이 아닌 자료 제출 의약품으로 분류한다.
자료 제출 의약품의 경우 신약의 제출 자료 중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한다. 케미칼 제네릭은 식약처에 독성, 약리, 임상 등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자료 대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자료, 품질에 관한 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현재 대봉엘에스는 자체적으로 비임상부터 허가 임상, 출시까지 할 계획이 없다. 최소 수백억 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리라글루타이드를 기술수출하거나 위·수탁 제약사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대봉엘에스 관계자는 “리라글루타이드를 생산 스케일까지 합성 제조할 수 있는 위탁생산 업체를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및 인도 등 해외에서 찾고 있다”며 “위탁생산 업체를 찾게 되면 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의 동등성 평가 및 원료의 품질 유지를 위한 공정 밸리데이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