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경희대)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한국 남자 태권도 16년 만의 금메달이자, 58㎏급 최초의 금메달이다.
이런 가운데 박태준의 '롤 모델'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리스트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가 지난 1일 이대호 유튜브에 출연해서 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대훈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이용대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과거 올림픽 경험담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대훈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기대감 등을 묻는 이대호의 말에 "저는 이번에 기대하는 게, 저 올림픽 나오기 전에 베이징 때 4명 출전해서 4명 모두 금메달을 땄다. 근데 2012년부터 제가 이제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그때부터 남자 금메달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로 금메달의 맥이 끊겼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이제 제가 나왔잖냐. 그래서 이번에 좀 금메달을 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내가 뭔가 그 안 좋은 기운을 다 가지고 나와서 뭔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그런 기대감을 좀 가지고 있긴 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대호는 "네가 왜 책임져. 너무 멋있다"고 말했다.
이대훈은 박태준의 우상이며, 오늘날의 박태준을 만들어준 인물 중 하나다. 동네 도장에서 흥미를 붙인 박태준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겨루기를 배웠다. 막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반복 훈련에 지쳐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부모한테 통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박태준이 앞만 보고 달린 건 이대훈의 등장이었다. 박태준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코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68㎏급에 출전, 동메달을 땄다. 8강에서 복병으로 떠오른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한 후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줬고,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간 동메달 결정전에서 명승부 끝에 자우아드 아찹을 눌렀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털어낸 이대훈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의 대업까지 달성한 바 있다.
이 코치의 전성기를 지켜본 박태준은 그를 좇아 이대훈의 모교인 한성고에 입학했다. 박태준은 이때부터 이대훈한테 직접 조언을 구했다. 이대훈은 학교까지 찾아와 그에게 각종 기술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초등학생' 박태준과 첫 만남을 돌아본 이 코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 봤을 때 되게 귀엽고 조그마했는데…완전 '애기'였다"라고 회상했다.
이대훈은 "내 고등학교 때 지도자분께서 언젠가 그 초등학생을 보고 '무조건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하셨다.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다"고 자신을 넘어선 후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1 때도 신장이 170㎝ 초반에 그친 박태준은 이후 180㎝까지 크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고3 때인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럅급의 새 기대주로 떠오른 박태준은 2022년 10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해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54㎏급 결승에서 아리요 바스케스(스페인)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