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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금메달보다 빛난 우리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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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은 기대를 뛰어넘은 성적으로 큰 재미를 안겨줬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 것은 우리 선수들의 멋진 모습이었다. 유도 혼성 단체전의 동메달 결정전도 그랬다. 골든 스코어 상황에서 안바울이 승리했을 때 다섯 명의 선수가 환호하며 경기장 안으로 달려들어온 모습은 한동안 뇌리에 남을 것 같다. 세계 1위 마티아스 카스를 연장 48초 만에 꺾고 동메달을 따낸 유도 이준환의 뜨거운 눈물도 감동적이었다.

패자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얼마나 뿌듯했는가.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안세영은 금메달을 확정 짓고 중국의 허빙자오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양궁 남자 개인에서 김우진은 슛오프에서 4.9㎜ 차이로 올림픽 정상에 등극한 뒤 함께 사선에 선 브래디 엘리슨을 챙겼다. 김우진과 엘리슨 그리고 양 팀의 감독들은 다 함께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불렀다. 비록 적수로 만났지만 상대 역시 정상의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려준 배려였다.
패자를 위로하고 챙겨주는 품격
무엇보다 패배에 주눅 들지 않았다. 탁구 선수 신유빈은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하고도 일본의 하야타 히나를 껴안았다. 신유빈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울먹이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하야타가 모든 면에서 앞섰으며 그런 실력과 정신력을 갖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지 잘 알기 때문에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우겠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른 임애지는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오히려 감독을 위로했다. 임애지는 “링이 곧 직장이었고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했다”는 말로 이 땅의 직장인에게 애잔함을 전했던 선수다. 임애지는 동메달에 머문 안타까움에 펑펑 울고 있는 복싱팀 박구 감독에게 영상통화로 말했다. “감독님, 괜찮으니 울지 마요.”
美 LA올림픽이 벌써 기대된다
심지어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는 자신의 실수를 ‘빅이벤트’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주 종목인 25m에서 제한 시간 안에 총을 쏘지 못한 한 발이 0점 처리된 상황을 두고서였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기 위해 남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쉬는 시간 없이 훈련만 했다는 선수. 자신 말고 금메달을 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김예지가 방아쇠를 0.01초 늦게 당긴 이유로 허무하게 무너졌을 때 심정이 어떠했겠나. 하지만 김예지의 배포는 남달랐다. 그는 “그 한 발이 제 마지막 발이 아니잖냐”며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다시 준비하겠다”고 했다.

억울한 점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안세영은 배드민턴협회가 부상 위험에 노출된 상황을 제대로 살펴주지 않고 획일화된 운영으로 경기력 향상을 이끌어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했으니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떳떳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우리 선수들이 품격을 지키며 더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어떤 선수는 올여름의 영광을 이어가고, 어떤 선수는 올여름의 아쉬움을 씻어낼 것이다. 4년 뒤 LA 올림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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