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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장착한 '프라모델 군단' 100억 수출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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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찾아간 경기 의정부 아카데미과학 공장은 한국산 T-50 초음속 고등 항공기를 본뜬 프라모델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자들의 손길로 분주했다. 열기를 가득 머금은 10여 대의 플라스틱 사출기(성형기)는 금형 틀에 맞춰 쉴 새 없이 프라모델 부품을 찍어냈다. 사출기 한 대당 부품 생산 속도는 약 20초. 생산 라인 옆에 있는 검수실에선 하루 최대 5000개까지 쏟아지는 프라모델을 포장하기 위해 직원 10여 명이 바삐 움직였다.

김명관 아카데미과학 대표는 “K방위산업 인기에 힘입어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등을 본뜬 프라모델의 해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고도화한 금형 기술과 지식재산권(IP) 협업을 통해 K방산 프라모델을 생산하는 게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1969년 설립된 아카데미과학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국내 유일한 프라모델 제조사다.


아카데미과학의 프라모델은 모두 1만910㎡ 규모의 의정부 공장에서 생산된다. 본사와 필리핀 공장 금고에 보관한 프라모델 금형 틀은 5000여 개에 달한다. 이 틀로 찍어내 국내외에 판매하는 프라모델 종류만 500개가 넘는다. 회사 관계자는 “하나의 프라모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약 9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위기도 있었다. 1990년대 PC 보급으로 프라모델 시장이 위축돼 경영 위기를 겪었다. 대부분 프라모델 제조사가 이때 문을 닫았지만 아카데미과학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영화 타이타닉을 소재로 한 프라모델이 전 세계로 약 50만 개 팔려나갔다. 프라모델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50% 내외로 지난해 기준 100억원에 달한다.

아카데미과학이 해외에서 인정받은 배경에는 정교한 금형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에 30년 이상 몸담은 장인들은 프라모델 하나당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부품 모형의 디테일한 요소를 세밀하게 구현한다. 금형기가 깎아낸 금형틀을 현미경으로 살피며 지름 0.1㎜에 불과한 조각기를 활용해 로고와 장식을 다듬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기획부터 금형 설계, 제작, 검수 등 각 분야에서 최소 15년 이상 일한 베테랑들이 만들어 낸 결정체”라고 강조했다.

최근 K방산 열풍은 아카데미과학에 날개를 달아줬다. 국내외를 통틀어 K방산 프라모델을 제조·유통하는 건 아카데미과학이 유일하다. 오는 10월에는 아카데미과학의 공식 행사인 ‘프라모델 콘테스트 K방산’을 20여 년 만에 연다. 한국군이 사용한 무기, 국내 방산업계가 수출한 무기 등을 본뜬 프라모델을 전시해 우열을 가리는 이벤트다.

옛 향수를 추억하려는 ‘영포티(젊은 40대) 키덜트’를 겨냥한 프라모델도 인기다. 198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독수리오형제’와 ‘기갑계 가리안’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문방구 유리창에 진열된 프라모델을 보며 자란 영포티가 옛 생각에 프라모델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영포티를 넘어 신세대로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4’의 공식 완구를 아카데미과학이 만들었다. 인기 유튜브 채널 ‘빵빵이의 일상’과 IP를 협업한 신제품도 3분기에 내놓는다. 김 대표는 “주요 고객층인 X세대뿐 아니라 MZ세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계속 사업을 넓히고 있다”며 “신세대에 친숙한 브랜드로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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