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 거래소 내부 사정으로 암호화폐를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거래소 운영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개인투자자 A씨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두나무는 A씨에게 1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최근 판결했다.
2022년 3월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 베트남에 거주하던 A씨는 루나 코인 1310개를 업비트 전자지갑에서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보냈다. 통상 암호화폐를 송금하려면 1차 주소와 2차 주소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이때 A씨는 2차 주소를 쓰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바이낸스는 이튿날 코인을 반환했지만, 이 코인은 A씨 명의가 아닌 업비트 전자지갑으로 잘못 입금됐다.
A씨는 업비트에 오입금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업비트는 요청 당일부터 시행된 자금세탁 방지 규칙을 준수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10일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자 송금 시도 시점 1억4700여만원이던 A씨 루나 코인은 상장폐지 직전까지 99.9% 하락해 사실상 0원이 됐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암호화폐 오입금 사례가 많았는데도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은 두나무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치 폭락으로 채무 이행 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채무자의 귀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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