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는 한국의 김 씨 만큼이나 일본에서 흔한 성이다. 와타나베 부인은 월급쟁이 남편의 수입으로 가정의 살림을 꾸리는 일본 가정주부를 뜻한다. 하지만 어느새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큰손'의 대명사로 통하기 시작했다. 비슷하게 미국의 '스미스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 등이 있다.
와타나베 부인이 보유한 한국의 상장주식이 16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를 저금리에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이 자금이 국내 증시를 등질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16조원대의 일본계 자금 이탈이 증시를 뒤흔들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일본계 자금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16조2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5조890억원)보다 8.0% 증가한 규모다.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2022년 말 12조3910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말 15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보여왔다.
일본계 자금은 지난 6월에도 국내 증시에서 19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국내 증시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OJ는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0.1%이던 정책금리를 연 0.25%로 올렸다. 넉 달 만에 재인상에 나선 것이다. 2008년 12월(연 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금리다.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최저로 추락하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다. BOJ는 월 6조엔(약 54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 규모도 2026년 1분기(1~3월)까지 3조엔(약 27조원)으로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장에 공급하는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모처럼 올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날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영향이다. 엔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 엔 캐리 자금의 환차손이 커지는 만큼 해외자산을 투매하는 조짐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한국 주식도 정리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증시 이탈이 다른 외국인의 이탈과 맞물려 한국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6월 말 일본계 자금이 보유한 한국 주식 잔액은 전체 외국인 보유 주식 잔액(859조2440억원)의 1.9%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만큼 파급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