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지속으로 공공기관으로부터 위험 신용 등급을 받은 건설회사와 개발사(시행사)가 1000곳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다음달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옥석 가리기 작업이 본격화해 경·공매 처리로 중단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내부 신용평가에서 ‘관찰’과 ‘주의’, ‘경보’ 판정을 받은 업체가 986곳에 달했다. 2022년 714곳에서 지난해 870곳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HUG는 기업 신용도를 정상 외에 관찰·주의·경보 등급으로 나눈다. 고금리 지속과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행사·건설사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가장 부실 위험이 큰 경보 단계 업체는 2022년 35곳에서 지난해 58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86곳까지 불어나 2년 동안 2.4배 급증했다. 경보 단계 기업 중에는 대기업이 4곳, 중기업이 30곳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의 신용도 역시 하락하고 있다. 투자 등급(BB+) 미만 업체는 2022년 1005곳에서 지난해 1215곳, 올해 1255곳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량 등급(AAA~A-) 기업은 2022년 216곳에서 올해 190곳으로 줄었다.
HUG는 부동산 PF 심사 등을 위해 사업자의 신용도를 자체 평가한다. 신용도가 낮아지고 부실 위험이 커지면 그만큼 보증받기 어렵다. PF 시장 경색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달 말 정부의 PF 부실 사업장 정리 계획이 확정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부실 위험에 빠지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브리지론 연체율이 지난 3월 기준 10.14%를 넘어서는 등 부실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프로젝트 부실이 한순간에 노출되면 회생·파산 기업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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