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현장을 찾아 "그동안 HBM이 거둔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모델을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을 향해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6세대 HBM(HBM4)을 언급하며 "6세대 HBM을 내년에 조기 상용화해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리더십을 지키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5일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업계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5세대 HBM 'HBM3E 8단' 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몇개월간 이어온 해외 빅테크 CEO들과의 회동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빅테크들이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SK하이닉스 구성원 3만2000명의 끊임없는 도전과 묵묵한 노력의 성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SK하이닉스가 AI를 이끄는 일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4월 미국 앤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대만에선 웨이저자 TSMC 회장을 만났다. 지난 6월 말부터는 약 2주간 미국에 머물면서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등 미국 주요 빅테크 CEO와 회동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도 "현재에 안주하면 안된다"며 “SK하이닉스가 지금은 HBM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내년에 6세대 HBM이 상용화되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아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며 "AI 거품론 등으로 시장이 어려운데, 이럴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맞춤형(커스텀) HBM인 6세대 HBM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규제 SK하이닉스 PKG제품개발 담당 부사장은 이날 "커스텀 HBM에 맞춰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방열 성능이 우수한 기존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본딩 등 새로운 기술들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적층해 만드는 반도체다. 적층 수가 많아질수록 방열, 휨 현상 등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한 HBM4 12단 제품을 내년 하반기에 출하하고, 2026년까지 HBM4 16단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