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 세우던 중에 특가 상품이 떠서 예약한 건데 휴가를 망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요."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여행업계와 여행객들 피해가 컸던 것은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티메프가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쏟아낸 여파로 풀이된다.
항공·숙박 등이 포함된 여행상품은 특성상 구매 단가가 높은 데다 출발일 기준 정산이 이뤄져 대금 보유 기간이 길다. 여행업계는 티메프가 휴가철 여행 수요를 겨냥해 진행한 대규모 프로모션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여름휴가를 겨냥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연속적으로 열었다. 지난달에는 마카오 관광청과 함께 왕복항공권과 호텔 등 최대 50% 할인 프로모션을, 앞서 홍콩 관광청과도 항공권을 최대 50% 할인해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인기 관광지 입장권을 판매하는 투어패스 단독 특가 기획전도 진행했다. 여기에 자체 할인 혜택과 결제 수단별 할인을 추가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기보단 저렴한 곳을 찾아 알뜰하게 떠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특가 프로모션에 몰리는 편"이라며 "자체 할인 혜택이 더해진 티몬 프로모션 상품을 예약한 사례가 늘어나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푼이라도 여행 경비를 줄여보려던 이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지난달 26일 티몬 사옥 앞에서 환불을 기다리던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특가 프로모션이라 저렴하길래 600만원가량 결제했는데 돌려받지 못했다"며 "여행을 앞두고 다른 앱(애플리케이션)보다 할인 폭이 크길래 예약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여행사 손실도 크다. 티메프의 정산 주기는 약 2개월가량이지만 여행 상품의 경우 출발일을 기준으로 정산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8월 출발 여행 상품을 5월에 결제했어도 여행사가 티메프로부터 판매 대금을 정산받는 건 8~9월로, 결제 이후 정산까지 3~4개월 걸리는 셈이다. 티메프가 여행상품 특성상 정산 주기가 길어질 수 있는 점을 활용해 더 많은 프로모션 상품을 판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환불 주체를 두고 여행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 간 줄다리기도 시작됐다. PG사는 일반 상품에 대해 환불 조치에 나섰지만 여행 상품은 환불 의무가 없다는 입장. 고객이 구매 이후 여행 확정 안내를 받았다면 계약이 성립됐으니 여행사 책임이라는 것이다. 반면 여행사는 티메프 측으로부터 정산받은 게 없으니 환불해 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 등은 티메프 여행 상품이 '결제 취소 대상'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관련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불 결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어 여행상품 구매 소비자들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미 휴가 기간이 지나 여행을 포기했다는 30대 직장인 B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환불 받는 데만 신경 쓰면서 시간을 다 보냈다"며 "이미 휴가는 끝났고 여행도 다녀오지 못했지만 환불만큼은 꼭 받아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한 집단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4455건에 달한다.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전액 환불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티메프가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에 돌입했지만 전체 채권자가 11만명에 달해 100% 협의와 수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