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지하 주차장에 있던 제 차입니다. 외부를 보고는 제 차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지난 1일 오전 6시15분께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전기차 특성상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던 소방 당국은 8시간 20분 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당시 주차장에 있던 차량 70여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지하 주차장에 있던 흰색 벤츠 차량 뒤쪽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줬다.
해당 사고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꺼낸 주민 A 씨는 지난 2일 테슬라 차량 커뮤니티에 차량 상태를 공유했다. A씨는 "내부는 냄새 없이 깨끗하다"면서 "보험사 레커차 불러서 세차 보냈는데 어디를 꼼꼼하게 세차해달라고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실제 주차장 밖에 꺼내진 차량의 상태는 그을음과 분진으로 추정되는 물질에 휩싸여 색상을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지하 주차장 온도는 100℃가 치솟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주민은 커뮤니티 글을 통해 "차 출고한 지 2주 된 주민도 있고 차량 여러 대가 다 녹아내려 망연자실해 하는 주민들도 있다"면서 "이번 사고로 아파트 주차장이 복구되기까지는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1일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탁송 중인 자동차에서 불이나 피해를 봤는데 보상받을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는 탁송 기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피해 본 차주의 지인이라고 밝힌 B씨는 "6월 30일 17시께 인천대공원 지하차도 부근에서 탁송하고 있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화재로 인해 14년식 레이EV와 트럭 적재함이 전소되고 영상기록장치가 파손돼 약 2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는데 일을 못해 금전적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 공제 적재물 보상 담당자에 따르면 운전자 차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이 아니므로 레이EV에 대한 보상은 면책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며 "레이EV 차주는 자차보험을 접수했고 해당 차량을 운송 의뢰한 화주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100% 배상해 주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기차에 일단 불이 나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화재 진압이 훨씬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더 많은 열을 만드는 '열폭주'가 일어나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하기 어렵다. 열폭주 상황으로 진행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2분 사이로 운전자가 미처 대피할 시간도 없다. 특히 밀폐된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