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한양증권 경영권을 쥔다. 인수 규모는 2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양학원 매각을 둘러싸고 온갖 ‘파킹딜’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 등 매각 측은 2일 한양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를 선정하고 이를 통보했다. 지난달 23일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LOI)를 받은 지 열흘 만이다. 당시 KCGI를 비롯해 케이엘앤파트너스와 HXD화성개발 컨소시엄, 케이프투자증권, LF그룹 등이 LOI를 냈다.
매각 대상은 한양학원이 보유한 지분(16.29%) 중 일부인 11.3%를 포함해 백남관광(10.85%)과 에이치비디씨(7.45%)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한양증권 지분 30%가량이다. 이번 거래를 마친 뒤에도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은 지분 9%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남는다.
주당 인수가격은 6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인수금액은 2448억원이다. 이날 종가 기준 한양증권 시가총액은 1983억원으로 매각 대상의 지분가치는 약 600억원이다.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800억원에 이른다.
매각 측은 한양학원 재단 산하 계열사인 한양산업개발과 한양대병원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한양산업개발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파동을 겪었고 한양대병원은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 여파로 경영난에 빠져 있다.
KCGI는 한양증권 매각이 시작됐을 때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한양증권 매각 직전부터 내정설이 나오기도 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김 이사장 아들을 채용하기도 했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보유 지분 일부는 남겨놓고 팔기로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한양학원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굳이 소수 지분을 남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매수자와 주주 간 계약을 맺어 경영권을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 등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파킹딜 구조를 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관문이다. 금융당국은 한양증권 매각 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양증권 인수 과정에서 나오는 파킹거래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청이 들어오는 즉시 면밀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주인 자격을 검증하는 절차다. 금융당국이 파킹거래 등을 포착하면 인수를 막을 수 있다.
강성부 대표는 지난해 자산운용사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한양증권까지 품어 증권업에 진출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56년 설립된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28위의 중소 증권사로 투자은행(IB)과 채권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원으로 전년보다 24.5% 늘었다. 부동산 투자 성과에 힘입어 2021년 1162억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은/김익환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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