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엊그제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성장의 슈퍼스타”라고 극찬했다.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투자, 기술 도입, 혁신을 꼽으며 한국을 대표적 성공 사례로 들었다. “한국 경제사는 모든 중소득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숙독해야 할 필독서”라고도 했다.
해외에서 ‘한강의 기적’을 주목하고 한국의 경제적 성공에 찬사를 보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사장은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스>란 책에서 한국을 과거 50년간 연평균 5% 이상 성장한 매우 드문 국가로 치켜세웠다. 미국 한 유명 언론인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경제와 민주주의에 성공한 한국에 금메달을 주자’는 칼럼을 썼다.
한국의 경제적, 정치적 성취는 분명 대단한 성과로 우리 국민 모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 60달러 안팎의 빈곤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고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에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에 이어 원전, 방산까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데다 한류를 통해 소프트파워까지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쭐할 때도 아니다. 화려한 성공의 뒤편에 불안 요인 또한 만만치 않고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국가 소멸론’까지 나올 만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등 구조개혁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하는데 말만 무성할 뿐 실천이 따르지 않은 지 오래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땐 누구나 위기의식이 있었고 그 결과 한국은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위기의식조차 희박하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혁신을 게을리한다면 그 순간이 바로 피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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