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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돌? 퀄리티 미쳤다"…키스오브라이프 성공 뒤에는 [김수영의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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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력이 그냥 미쳤다"
"소형 기획사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 퀄리티"
"블랙핑크를 이어받은 걸그룹은 이들이다"
"한국 걸그룹계 보물 같은 존재"


최근 K팝계를 뒤집어놓은 걸그룹이 있다. 탄탄한 기획, 독보적인 개성, 높은 퀄리티에 수준급 실력까지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이들은 바로 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지난해 7월 데뷔한 키스오브라이프는 1년 새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 이름을 올렸고, 국내 음악방송 1위는 물론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까지 휩쓸고 있다. 단순 인지도·판매량이 아닌 음악적 성취·콘텐츠 퀄리티 등을 토대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키스오브라이프는 S2엔터테인먼트라는 신생 기획사에서 선보인 팀이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중심으로 재편된 K팝 시장에서 유수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들을 향해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는 대형 기획사의 인프라, 자본력, 마케팅 공세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되어 버린 업계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이런 환경에서 키스오브라이프는 흔히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공식'에서 벗어나 쥴리·나띠·벨·하늘 네 멤버의 매력이 잘 드러날 수 있는 힙합, 알앤비 소울 장르로 차별화를 꾀했다. 실력과 개성을 두루 갖춘 팀으로 자리 잡으며 'K팝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좋은 선례가 됐다.

뚝심 있게 키스오브라이프를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홍태화 S2엔터테인먼트 대표, 이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아버지 뒤를 이어…홍태화 대표, 결단력 있는 '젊은 감각'

홍태화 대표는 과거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이끌었던 홍승성 회장의 아들이다. 홍 회장은 박진영과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비·박지윤·2PM·2AM 등을 발굴하고, 이후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세워 비스트(현 하이라이트)·포미닛·비투비 등을 제작해 K팝 부흥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홍 대표는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떠난 홍 회장과 함께 S2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홍 대표는 부친을 "일을 놓을 수 없는 분이다. 워낙 이 일을 사랑하고 평생 이 일만 한 분"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몸이 편찮으신 와중에 나보고 '믿을 건 가족뿐'이라면서 회사 설립을 제안하더라. 회사를 맡아서 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라서 고민이 많았다. 약 8개월 정도 고민하다가 그냥 부딪혀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곡을 전공한 홍 대표는 어깨너머로 아버지를 봐오며 존경심을 키워왔다고 했다. 아티스트 제작 일이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그는 "사실 회장님은 작곡가의 길을 가라고 했는데 방에서 몇 시간 동안 곡 쓰는 건 내 성향과 잘 맞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음악을 배운 게 제작 일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홍 회장은 아들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있다고. 회사 설립 초반에는 제작 프로세스 전반에 관여했으나, 현재는 홍 대표 주도로 업무가 이뤄지고 홍 회장에게 중요한 사안을 보고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좋은 스태프들이 모여 있으니 모든 걸 맡겨달라고 했다. 그 후로 믿어주시고 잘 지켜봐 주신다. 키스오브라이프가 잘 되고 있어서 매일 아침 눈 뜨면 멜론 차트부터 확인하신다. 뿌듯해하신다"며 웃었다.

회사 구성원은 총 16명으로, 나이대는 20~30대로 어리다. 홍 대표 역시 30대의 '젊은 대표'다. 그는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유망한 젊은 스태프들을 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선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내면은 단단했다. 홍 대표는 "다들 엔터 운영을 어떻게 하냐고 한다. 리스크가 크고 성공의 확률도 낮아 보이지 않냐. 하지만 난 그렇게는 생각해본 적 없다. 사업적으로 미래가 있냐 없냐를 생각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좋은 친구들을 찾고, 좋은 노래를 내려고 생각하고 있다. 계산대로 되는 산업이 아니다 보니까 누군가는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미 그 위험에 중독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아이돌학교' 떨쳐내고…'키오프 엄마'가 된 이해인

이 디렉터는 아이돌 연습생이었으나, 꿈을 내려놓고 S2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 그가 맡은 직책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팀 기획을 시작으로 방향성, 콘셉트 등을 설정하고 서사를 쌓아나가는 브랜딩의 중책이다. Mnet '아이돌학교'에 출연해 투표 조작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그는 2022년 홍 대표와 손을 잡았다. 김정훈 본부장이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이 디렉터는 "경력이 없으니까 제안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평소 여러 회사 대표님들과 대화하며 노하우를 많이 들었던 터라 플레이어를 하다가 언젠가는 제작 일을 해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작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점차 욕심이 생겨서 이젠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털어놨다.

이 디렉터는 키스오브라이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학교'에서 같은 참가자 입장으로 만났던 나띠와의 인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느 날 이 디렉터는 헐레벌떡 홍 대표에게 뛰어와 "나띠와 미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띠와 절친한 사이였던 그는 나띠가 다른 곳에서 준비하던 걸그룹의 데뷔가 순탄치 않음을 직감하고 S2엔터테인먼트로의 영입을 제안했다.

'나띠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곧 확신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 디렉터는 "나띠랑 같이 오래 살기도 했는데, 친구에게 필요한 건 방향성이었다. '널 잘 알고 있고, 우리 회사도 그런 걸 기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와 아티스트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므로 이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나띠와 함께 연습 중이었던 쥴리도 동행했고, 이후 S2엔터테인먼트가 솔로 아티스트 제작 레이블 오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그곳에 있던 벨도 합류했다. 하늘은 S2엔터테인먼트가 직접 발굴했다. 나띠와 쥴리는 연습생 기간을 각각 10년, 6년씩 겪었고 벨은 작사·작곡이 가능한 수재였다. 여기에 신선함을 지닌 하늘까지 이미 멤버들의 역량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로 키스오브라이프가 결성됐다.

앞서 S2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내놨던 그룹 핫이슈가 해체한 뒤 아티스트 및 연습생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더없이 소중한 자원이었다. 홍 대표는 "금전적인 서포트를 해줄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면서 "'과연 이게 될까?'라는 의심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더 확신이 컸다"고 했다.
'중소의 기적'? 단순히 기적만은 아닌 과정들

결과물을 본 K팝 팬들은 "키스오브라이프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 회사"라고 말한다. 데뷔 앨범에 이례적으로 멤버별 솔로곡이 실렸고, 뮤직비디오를 수록곡까지 전부 6편이나 찍었다. 앨범을 잡지 형식으로 만들어 멤버들의 비주얼·매력은 물론 팀의 서사와 스태프들의 이야기까지 빼곡하게 담아냈다. 키스오브라이프의 활동은 1년 안에 무려 4번이나 이뤄졌다. 최근 발표해 '롱런 인기'를 과시 중인 '스티키(Sticky)'는 뮤직비디오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찍어 멤버들의 매력을 십분 살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디렉터는 "키스오프라이프가 지난해 7월에 데뷔했는데, 준비를 그 전년도 9~10월부터 했다. 약 1년간 탄탄하게 준비했다. 멤버 브랜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뮤직비디오 스토리는 어떻게 엮고, 플랜은 어떤 식으로 짤지 초안부터 대표님과 같이 보면서 의견을 취합하고 발전시켜 완성도를 높였다. 곡 회의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라고 독려해 준 홍 대표 덕분에 쉼 없이 제안서를 내며 "재밌게 일할 수 있었다"는 이 디렉터였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능력 있는 사람들 믿고 뽑았으면 그분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멤버들에 대한 자신과 욕심이 있었다. 의견을 수용해 주고 이걸 펼칠 수 있도록 서포트만 잘 해준다면 잘 될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디렉터는 처음 기획 당시를 회상하며 "아티스트 키워드를 '넷플릭스'로 잡았다. 우리 회사는 유튜브 채널도 없어서 구독자 수 0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프로모션이라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사진도 일반 재킷 포토가 아니라 영화 포스터처럼 찍고, 보는 분들이 '영화 개봉한 거 아니야?'라고 느낄 정도로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는 콘텐츠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볼 수 있는 각기 다른 장르의 곡과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비디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키스오브라이프 '맞춤형'으로 곡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흥행 동력이었다. 팀을 향한 칭찬에는 "모든 유형의 노래가 어쩜 이리 잘 어울리는지", "노래 진짜 잘 뽑는다" 등 곡에 대한 부분이 많다. 그간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은 전부 S2엔터테인먼트 소속 프로듀서 스트로베리바나나클럽(변장호, 김진용)에게서 나왔다.

홍 대표는 "인하우스 작곡가분들이 멤버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곡 선정에도 늘 여러 사건·사고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좋은 곡으로 증명해줬다"면서 "주위에서 '너희는 콘셉트가 뭐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마다 '없다'고 답한다. 인하우스 프로듀서들한테도 장르를 정해주지 않고, 키스오브라이프 하면 떠오르는 좋은 곡을 만들어달라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록곡도 퀄리티가 정말 좋다. 모든 곡을 다 타이틀로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또 멤버들이 힙합, 알앤비, 오리지널 댄스, 라틴풍 뭐든 다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우린 장르에 벽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생 회사에 이런 인재들이 모인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분명 운이 있었어요. 그런데 현재의 결과물을 낸 데는 기적보다는 열정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요. 스태프들이 열심히 아이디어를 내고, 열정을 갈아서 만들거든요. 안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 힘 덕분에 좋은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보기엔 그냥 '중소의 기적'일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기적은 아닙니다.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 과정들이 분명히 있었죠."
이제 고작 1년…'열정' 앞세워 갈 길 멀다

두 사람은 "아직 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계속해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 디렉터는 "멤버들이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다. 활동하면서도 계속 다음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시간과 노력이 의미 없는 게 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서 서포트할 거다. 팬분들도 어디 가서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좋은 콘텐츠들을 만들 것"이라면서 "대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키스오브라이프는 계속 조금씩 성장해 나갈 테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 대표 역시 "멤버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키스오브라이프 하면 '믿고 들을 수 있는', '믿고 볼 수 있는' 그룹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할 생각이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S2엔터테인먼트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지역·장르를 불문한 글로벌 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전 세계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해 이들이 서로 로테이션하며 투어하고 컬래버레이션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를 데려오기보다는 유망한 아티스트를 우리의 제작 노하우로 프로듀싱까지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S2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오는 모든 팀은 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고 느낄 정도로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기업적인 부분보다는 음악이 더 중요시되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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