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잔러(19·중국)가 아시아 선수로는 92년 만에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챔피언에 올랐다.
판잔러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6초40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자신이 지난 2월 2024 도하 세계선수권 남자 계영 400m 결승에 세운 종전 기록(46초80)을 0.40초나 줄였다.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에서는 유독 선수들의 기록이 저조해 외신에서 라데팡스 수영장의 얕은 수심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잔러는 괴물 같은 기록으로 이번 대회 수영 경영 첫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와함께 판잔러는 아시아 선수로는 1932년 미야자키 야쓰지(일본) 이후 92년 만에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남자 자유형 100m는 서양 선수들의 저유물이었다. 한국의 황선우가 2021년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 47초56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자 '1956년 멜버른 대회 때 일본의 다니 아쓰시 이후 65년 만에 아시아 선수로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진출한 선수'로 주목받았을 정도다.
올림픽 여자 자유형 100m에서도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러징이(중국) 이후에는 금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았다. 판잔러는 가장 주목받은 대회인 올림픽에서 자유형 100m 최강자로 공인받았다.
판잔러는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했다. 47초48에 터치패드를 찍은 2위 카일 차머스(호주)와는 무려 1초08 차이였다. 세계 강자들이 집결하는 올림픽 무대, 그리고 폭발적인 스피드가 생명인 자유형 단거리에서 1위와 2위의 기록이 1초이상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가 47초49로 3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1위와 2위의 격차가 1초 이상 벌어진 것은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이후 96년 만이다. 당시 1위 조니 와이즈뮬러(미국)는 58초6으로, 59초8로 2위를 한 이슈트반 바라니(헝가리)를 1초2 차로 꺾었다.
판잔러는 AP통신, 신화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라며 "이 기록은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전 세계 수영을 위한 것이다. 더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호주 언론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중국 수영 대표 선수 23명이 개막 7개월 전에 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며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중국 수영 도핑 문제에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도핑 스캔들' 탓에 중국 수영을 보는 눈은 곱지 않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선수 일부가 "이번 대회에서 우리에게 과하게 도핑 테스트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판잔러는 '도핑 23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다. AP통신은 판잔러에게 도핑 관련 질문을 했고, 판잔러는 "우리는 늘 도핑 규정을 준수했다"며 "지금 받는 도핑 테스트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라고 답했다.
판잔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유형 100m 기록을 단축해왔다. 지난해 5월 중국선수권에서 47초22를 찍어, 황선우가 도쿄 올림픽에서 작성한 아시아 기록 47초56을 0.34초 단축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46초97로, 아시아 최초로 46초대에 진입했고, 올해 2월에는 46초80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세계 최초로 자유형 50m 22초 미만(21초92), 100m 47초 미만(46초40), 200m 1분45초 미만(1분44초65)의 기록을 보유한 선수로도 기록됐다. 판잔러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닷컴과 인터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는 게 내 목표"라며 "열심히 훈련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