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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vs 전공의에 ‘샌드위치’된 상급종합병원, 자본잠식에 구조조정까지 [비즈니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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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차입한 500억원을 모두 소진했다. 추가 500억원 차입이 불가피하다.”

충남대병원 조강희 병원장이 7월 30일 내부 공지글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조 원장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충남대병원은 현재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전공의 사직 등의 여파로 적자가 쌓인 탓이다.

충남대병원은 세종특별자치시에 필수의료를 공급하기 위해 2020년 7월 분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을 개원했다. 이로 인한 차입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로 형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하필 악재를 만났다.

충남대병원 사례는 다른 대형병원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전공의 인력 의존도가 큰 상급종합병원들은 모두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인력을 전문의와 PA(진료지원) 간호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과 일명 ‘빅5’(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를 비롯한 일부 대형병원을 중증환자만 이용 가능한 ‘4차 병원’으로 승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줄이고 당장 시급한 전공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검토한 대안이 아닌 만큼 아직은 설익은 모습이다. ‘박리다매’식으로 일반진료까지 돌리던 대형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부터 수많은 전공의가 수련할 기관과 시설을 마련하는 일까지 숙제로 남는다.
전공의 공백, 엎친 데 덮친 격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국내 대형병원들은 몇 년 새 부침을 겪었다. 201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국내에도 확산하자 신속히 일반 환자 대신 감염병 환자를 위한 병상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서야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던 2020년, 지금과 같은 의대 증원 문제로 전공의들이 집단파업에 나서면서 적자가 이어졌다. 결국 손을 든 정부는 의대 증원을 코로나19 사태 해소 이후로 미루는 한편 코로나19 손실 보상금으로 병상을 마련한 병원들을 지원했다. 손실 보상금을 받은 병원들은 곧 일반환자들이 돌아오며 흑자로 돌아섰지만 일부 공공의료기관들은 여전히 적자를 떠안아야 했다.

잠잠하던 전국 상급병원은 올해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할 계획을 밝히면서 다시 갈등의 중심이 됐다. 전공의 1만여 명이 또다시 항의 차원에서 수련병원을 떠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빅5’조차 전공의 모집에 신청한 인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응급의학과 등 일부 필수의료 전문의들도 사직에 동참했다.

결국 2020년부터 이 같은 상황을 감내하던 충남대병원은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공공의료기관이자 지역 대표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은 세종 분원 건립을 위해 3617억원 사업비를 투입했다. 이 중 27%인 988억원을 국고지원으로, 나머지 73%인 2629억원은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코로나19부터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부채로 쌓이고 있던 가운데 올해는 전공의 부재로 매월 1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조강희 원장에 따르면 대전에 위치한 충남대병원 본원은 2023년 기존 자본총계 971억원에 자본금 991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이 진행됐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총계 –1214억원, 자본금 858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241%에 달한다.

서울에 위치한 대형병원조차 매월 수십억원 적자를 내다 못해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3월에는 세브란스병원이 무급휴가를, 4월에는 서울아산병원이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정부 대안, 현실성 있나

이 같은 위기는 의료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병상 수 500개 이상, 진료과목 20개 이상이라는 수치뿐 아니라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한편 중증질환 등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낮은 수가를 받으면서 수익을 내야 한다.

이에 병원들은 ‘박리다매’식으로 중증질환뿐 아니라 경증질환 환자에 대한 진료, 입원, 수술 전반을 맡는다. 교수들도 외래진료 환자들을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봐야 한다. 이들 병원의 의료인력 중 전공의 비중은 30~40%에 달하는데 빅5처럼 규모가 클수록 전공의 비중 또한 커진다. 즉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레지던트, 인턴들 다수가 높은 강도로 근무하면서 이 같은 의료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대형병원에만 집중되면서 중소형, 지방 의료기관은 급격한 하향세를 타게 됐다.

그럼에도 물가상승으로 인한 각종 비용 증가에 따라 전공의 사직 전부터 일부 대형병원들은 적자에 노출됐다.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같은 진료과의 전공의 충원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필수의료서비스 공백 현상도 나타났다. 업무 강도는 강하지만 수익성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의료와 필수의료 서비스의 공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 의사 공급을 늘려 지방 의사와 필수 의료인력을 보충하는 한편 중증, 고난도 치료 수가는 높이고 소아, 분만, 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에 1조4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공의의 주당 수련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수련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사직서를 낸 지 1년 이내에 동일 과목,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있다는 규정에도 특례를 두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전문의 비중을 높이고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PA 간호사가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일부 상급병원을 중증환자 전문 4차 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몇몇 병원에 대한 전국 환자들의 쏠림 현상을 줄이고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4차 의료기관이 비중증 환자를 보지 않는다면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연 3조원에 달하는 금전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지만 건강보험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전환될 전망이다.

국내 의료 수요자들이 기존 의료시스템에 만족감을 느끼던 상황에서 제도 변화의 성공 여부 또한 불분명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93.9%가 ‘외래 의료서비스에 만족했다’고 답했으며 입원 의료서비스에 만족했다는 답변도 94.6%에 달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비중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빅5는 가장 큰 전공의 수련기관”이라며 “수익이 떨어지는 문제는 국고지원으로 메우더라도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면 실력 있는 전공의들을 배출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현실성을 따지지 않고 급하게 대책을 내놓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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