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31일 오후 5시 8분
한때 3조원대 몸값을 자랑하던 농산물 유니콘 기업인 트릿지가 자금난에 빠졌다. 실적 악화로 작년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이후 신규 투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트릿지뿐만 아니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회사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스타트업이 늘었다. 특히 외형 확대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던 플랫폼 분야에서는 돈줄이 마르자 폐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 농수산물 플랫폼 기업으로 주목받던 트릿지는 최근 인력을 줄이는 동시에 데이터 서비스로 사업을 강화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트릿지의 영업손실은 2021년 169억원, 2022년 599억원, 2023년 38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5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4월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불확실성을 제기했다. 트릿지는 지난해만 해도 기업가치를 3조6000억원으로 평가받은 회사다.
트릿지에 500억원을 투자한 DS자산운용은 최근 트릿지 지분가치를 0원으로 전액 감액했다. 2022년 펀드와 자기자본으로 트릿지에 투자했는데, 이를 모두 손실 처리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고지했다. 트릿지는 사업 모델을 데이터 솔루션으로 바꾸고 흑자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트릿지 외에도 자금난을 호소하는 스타트업이 급증했다. 지난 1분기 시리즈A·B 투자액은 2370억원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된 2020년(2807억원)보다 줄었다. 올 상반기 스타트업 폐업 수는 68곳으로 2022년 상반기 35곳, 작년 상반기 54곳에서 계속 늘고 있다. 올해 폐업한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플랫폼 기업이다. 카풀 앱(풀러스), 동대문 패션거래 플랫폼(링크샵스), 명품거래 플랫폼(캐치패션) 등이 올해 문을 닫았다.
비상장사에 투자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도 타격받고 있다. 손실률이 70%에 달하는 펀드도 나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비상장사는 지분을 유동화할 수 없어 상장사 투자에 비해 투자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최석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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