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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빠, 개딸, 그리고 한동훈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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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친윤(친윤석열)계인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을 유임시킬지는 길게 보면 부차적인 문제다.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따로 있다. 한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정 의장의 페이스북과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몰려가 “꼰대짓 그만하고 사퇴하라”며 댓글 테러를 한 사건이다. ‘한동훈줌’ 혹은 ‘긷줌’이라고 불리는 한동훈 팬덤이 문재인의 ‘문빠’나 이재명의 ‘개딸’처럼 본격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낸 것이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른바 ‘정치인 빠’의 특징을 강고한 결속력과 공격성으로 규정했는데, 한동훈 팬덤도 이제 이런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진보 진영에 머물러 있던 ‘빠’ 현상이 보수 정당에까지 전이된 셈이다.
문재인·이재명의 길 걸을 것인가
한동훈줌은 주로 40~50대 아줌마로 구성된 한 대표의 팬덤을 일컫는다. 긷줌은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 DC인사이트의 갤러리 이름인 ‘기타 국내 드라마’를 줄인 ‘긷’에 아줌마의 ‘줌’을 붙인 말이다. 네이버카페에서 활동하는 팬클럽 ‘위드후니’도 한동훈 팬덤의 또 다른 갈래다.

이들은 주로 한 대표 관련 기사에 좌표를 찍고 몰려가 그에게 유리한 댓글을 다는 식으로 활동한다. 이를 댓정(댓글 정화), 댓방(댓글 방어)이라고 부른다. 정 의장처럼 공격 대상으로 삼은 정치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수백, 수천 개의 댓글 폭탄을 퍼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동훈줌은 개딸과 달리 아직은 팬클럽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한 대표의 인식도 비슷한 것 같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토론회에서 “(극성 지지자들을) 자제시킬 의향이 없느냐”는 나경원 의원의 질문에 “정치인이 직접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그런 팬덤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정치 이력이 길어질수록 팬덤은 크고 강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총선 당시 2만 명이 안 됐던 위드후니 회원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韓 첫 시험대는 팬덤 유혹 뿌리치기
무슨 일을 해도 내 편을 들어주고 나 대신 상대방을 공격해주는 팬덤의 존재는 정치인에겐 너무 매력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안팎의 비판에도 문빠를 묵인하고 “양념”이라면서 즐긴 것도 굳이 뿌리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팬덤 문화를 물려받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개딸들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수박”이라며 조리돌림해도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개딸은 ‘이재명 일극체제’를 완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한 대표도 팬덤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여의도 정치권에 지분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팬덤 문화가 정치를 타락시킨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빠 문화를 ‘동원된 다수의 전제정’이라고 정의했다. 공론의 장을 지배하고 이견과 비판을 공격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움직이는 몇몇 주역들이 정당 지도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됨으로써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을 주변화시킨다”고도 했다.

한 대표 자신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1월 “개딸 전체주의 같은 것은 우리 국민의힘에서는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한 대표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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