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재명의 길 걸을 것인가
한동훈줌은 주로 40~50대 아줌마로 구성된 한 대표의 팬덤을 일컫는다. 긷줌은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 DC인사이트의 갤러리 이름인 ‘기타 국내 드라마’를 줄인 ‘긷’에 아줌마의 ‘줌’을 붙인 말이다. 네이버카페에서 활동하는 팬클럽 ‘위드후니’도 한동훈 팬덤의 또 다른 갈래다.이들은 주로 한 대표 관련 기사에 좌표를 찍고 몰려가 그에게 유리한 댓글을 다는 식으로 활동한다. 이를 댓정(댓글 정화), 댓방(댓글 방어)이라고 부른다. 정 의장처럼 공격 대상으로 삼은 정치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수백, 수천 개의 댓글 폭탄을 퍼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동훈줌은 개딸과 달리 아직은 팬클럽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한 대표의 인식도 비슷한 것 같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토론회에서 “(극성 지지자들을) 자제시킬 의향이 없느냐”는 나경원 의원의 질문에 “정치인이 직접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그런 팬덤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정치 이력이 길어질수록 팬덤은 크고 강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총선 당시 2만 명이 안 됐던 위드후니 회원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韓 첫 시험대는 팬덤 유혹 뿌리치기
무슨 일을 해도 내 편을 들어주고 나 대신 상대방을 공격해주는 팬덤의 존재는 정치인에겐 너무 매력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안팎의 비판에도 문빠를 묵인하고 “양념”이라면서 즐긴 것도 굳이 뿌리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팬덤 문화를 물려받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개딸들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수박”이라며 조리돌림해도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개딸은 ‘이재명 일극체제’를 완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그런 점에서 한 대표도 팬덤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여의도 정치권에 지분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팬덤 문화가 정치를 타락시킨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빠 문화를 ‘동원된 다수의 전제정’이라고 정의했다. 공론의 장을 지배하고 이견과 비판을 공격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움직이는 몇몇 주역들이 정당 지도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됨으로써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을 주변화시킨다”고도 했다.
한 대표 자신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1월 “개딸 전체주의 같은 것은 우리 국민의힘에서는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한 대표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