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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공 행진하던 기술주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늘렸지만 매출이 투자한 만큼 나오지 않으면서다. 시장에선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가 ‘출혈 경쟁’에 가까워지며 시장이 조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AI 투자 규모를 매출 증가세보다 늘리며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MS는 과감한 AI 투자에 나섰지만 주력 분야인 클라우드 부문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며 30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3%가량 떨어졌다.
MS가 이날 발표한 2024회계연도 4분기(4~6월) 실적에 따르면, MS는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5%, 10% 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MS가 AI 등에 투입한 자본지출은 전년 대비 78% 늘어난 190억달러로 집계됐다. MS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매출 증가율은 29%로 직전 분기(31%)보다 다소 주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클라우드 사업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지난 24일 주가가 5%가량 빠졌다. 전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본지출이 전년 대비 91.4% 늘어난 132억달러였지만 광고 매출 증가세는 둔화했기 때문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7% 넘게 하락했다. 빅테크들이 AI 투자를 계속 확대할지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 투자 대비 효과에 의문이 커져 빅테크가 AI 지출을 줄이면 엔비디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날 애플이 AI 모델 학습에 구글 칩을 사용했다는 소식도 엔비디아의 AI칩 시장 지배력에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한편 ‘제2의 엔비디아’로 떠오른 AMD의 실적은 크게 뛰었다. 이날 AMD는 2분기 AI 칩 등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급등했다고 발표해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7% 이상 올랐다.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전 분기 대비 21% 급증한 28억3400만달러로 집계됐다. AMD는 AI 반도체인 인스팅트 그래픽처리장치(GPU) 출하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AI 랠리를 둘러싼 의구심 속에 빅테크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나스닥지수는 1.28% 하락해 약 8주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